하이트맥주의 광고가 확 달라졌다.

우선 모델이 "빅모델"인 톱스타 배용준에서 3명의 조연급 개성파 연기자로
바뀌었다.

조선맥주는 또 3명의 모델이 각각 출연하는 3편의 광고를 제작해 동시에
내보내고 있다.

하이트맥주 광고에 모델로 새롭게 등장한 개성파 연기자는 연극배우
명계남과 TV탤런트 박철 정선경.

박철편에서는 박철이 부인의 바가지에 굴하지 않고 "너 때문에 산다"라고
외치며 하이트로 스트레스를 달랜다.

정선경편은 사우나를 한 뒤 하이트로 갈증을 해소하는 장면.

하이트를 마시다 몸에 두른 타월이 흘러 내리자 정선경은 "뭐 이렇게
시원한게 다 있냐"라며 겸연쩍어 한다.

명계남편에서는 명씨가 장사가 안돼 하이트로 짜증을 달래는 일식집
주방장으로 나와 두병 밖에 남아 있지 않은 하이트맥주를 보고 "그래도
저건 못줘"하며 손님의 하이트주문을 묵살한다.

제작과 얽힌 후문도 많다.

박철편에서는 부인의 잔소리를 실감나게 표현할 성우를 섭외했으나 미혼인
성우의 잔소리는 어딘가 어색했다.

그래서 광고를 기획한 제일기획측은 박철의 분장을 맡았던 유부녀
코디네이터를 촬영현장에서 잔소리의 주인공으로 발탁했다.

정선경편에서는 배경의 현실감을 살리기 위해 서울시내 압구정동의 "은하수
사우나"를 촬영장소로 섭외했으나 공교롭게도 남탕.

때문에 밤 9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촬영이 이어져 새벽에 찾아온
사우나손님들과 하마터면 조우할 뻔 했다.

또 정선경이 몸에 감고 있던 타월을 놓치는 장면은 엉뚱한 생각을 들게
하지만 실제로 타월안에 수영복을 받쳐 입고 촬영했다.

각기 다른 모델이 등장하는 이들 3편 광고에 흐르는 공통된 컨셉트는 "나를
시원하게 하는 맥주, 하이트"이다.

3편의 광고를 동시에 내보내는 것은 똑같은 광고가 반복될 경우 나타나기
쉬운 재핀현상(광고가 나오면 채널을 돌리는 것)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나오는 사람과 장면은 서로 달라도 건셉트가 같기 때문에 3개의 광고를
하나의 광고로 기억하게끔 유도하는 측면도 있다.

명계남 박철 정선경등 3명의 모델료는 각각 8천만원가량.

다 합쳐도 배용준 한명의 모델료(3억~4억원)에 못미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