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이론 가운데 "2.8법칙"이라는게 있다.

기업마다 수많은 고객이 있지만 매출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우수고객은
불과 20%로 이들이 전체매출의 80%를 담당한다는 이론이다.

신규고객에게 물건을 팔 때는 기존고객에 비해 2.5배나 많은 마케팅비용이
들어간다는 분석도 있다.

우수고객의 확보,다시말해서 고객관리는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고객관리의 중요성은 시장개방등으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고객쟁탈전이
뜨거워진 90년대들어 더욱 부각됐다.

기업들은 어떻게하면 기존의 일반고객을 잘 관리해 우수고객으로 레벨업
시키느냐 하는데 마케팅의 초점을 맞추었다.

국내기업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고객관리 전략은 관계마케팅
(Relationship marketing).

평상시 고객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자기회사의 물건을
사거나 시설을 이용토록 유도하는 전략으로 올해처럼 신규고객 확보가
어려운 불황기에 특히 효력을 발휘한다.

삼성생명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삼성생명은 관계마케팅 등을 바탕으로 시장점유율을 지난해 31.3%에서
올 상반기 32.3%로 끌어올렸다.

관계마케팅하면 흔히 고객의 생일 등 기념일에 조그만 선물을 보내거나
정기적으로 팸플릿등 안내문을 보내는 것을 연상하나 삼성생명은 다른
각도에서 접근했다.

먼저 생활설계사(보험모집인)의 이미지개선에 착수한 것.

고객과 회사간 연결고리인 생활설계사의 이미지와 역할이 관계마케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변수라고 보고 설계사의 이미지를 바꾸는 일로
관계마케팅의 첫단추를 끼운 것이다.

삼성생명은 이미지차별화를 광고로 풀어 나가고 있다.

올들어 생명보험업계 처음으로 생활설계사 캐릭터를 만들어 경쟁업체와
차별화시켰다.

삼성생명의 광고는 주목률이 높은 노란색을 바탕색으로 이용하면서 심플
하고 부드러운 선이 조화를 이룬 일러스트 형태의 생활설계사캐릭터로 돼
있다.

생활설계사의 다양한 활동과 서비스내용을 20여가지의 모습으로 표현한
광고는 생활설계사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놓았다는 점에서 경쟁사들로부터도
호평을 받았다.

지난 89년 보험외판원의 이름이 생활설계사로 바뀌었지만 "보험아줌마"로
통하던 과거의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생활설계사의 친근함과 전문성을 부각시킨 이 광고는 삼성생명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을 새롭게 함으로써 삼성생명과 고객간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만들고 있다.

이 광고는 또 생활설계사들에게 고객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갈수 있는
자신감도 불어 넣었다는게 삼성생명 내부의 평가다.

생활설계사의 자신감은 고객과의 관계를 긴밀하게 하는데 도움을 준다.

광고로 관계마케팅의 새로운 방향을 개척하고 있는 셈이다.

삼성생명은 광고전략 외에 관계마케팅에 필요한 인프라도 갖추었다.

보험업계에서 가장 방대한 6백여만명의 보험가입자의 정보관리시스템을
구축한 것.

여기에는 계약자의 기본신상자료가 들어 있다.

생활설계사들이 이 시스템을 이용, 고객들의 경조사를 챙기고 신규보험가입
필요성을 파악해 조언해 주고 있다.

고객의 불만이나 민원해결도 관계마케팅의 주요 요소중 하나다.

삼성생명은 이를 위해 올해초 "전화로센터" 서비스를 개설했다.

이 서비스는 단순한 전화상담의 차원을 넘어 주소변경및 자동이체에서
보험금의 지급까지 모든 보험관련 민원을 전화 한 통화로 즉각 처리해 준다.

< 이정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