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과 같은 거대항성 바로 곁에 목성 처럼 큰 행성이 존재할 수 있을까.

있다면 과연 어떻게 형성됐고 또 그 거대항성의 중력에 의해 흡수되지
않은 채 살아남을 수 있을까.

지난 95년10월 제네바대학의 마이클 메이어와 디디에 켈로즈에 의해
발견된 페가수스좌의 한 별 "51페가시"와 그 주위를 돌고 있는 행성의
존재를 놓고 천문학자간 해석이 분분하다.

"51페가시"는 지구로부터 50광년(빛이 1년간 가는 거리)정도 떨어져 있는
별.

이 별은 특히 태양~수성간 거리의 7배나 가까운 8백만km가량 떨어진
위치에 4.2일마다 한번씩 공전하는 목성 절반 크기의 거대행성을 거느리고
있는 등 기존 이론으로는 전혀 설명할 수 없는 특징을 갖고 있다.

행성의 존재양태는 그동안 태양계 행성체계를 기본으로해 유추해석되어
왔다.

이 이론에 따르면 우주는 50억년전 서서히 회전하는 원판모양의 먼지와
가스구름으로 채워졌다.

이 원판의 회전속도가 빨라지면서 중심부가 뜨겁게 응축, 핵융합반응이
일어나 태양이 탄생했다.

태양으로부터 발생되는 강력한 태양풍은 수소 산소 수증기 등 주변의
가벼운 가스를 외곽으로 날려보냈고 태양주위에는 먼지와 무거운 가스구름이
뭉쳐 지구와 같은 작은 행성이 형성했다.

가벼운 가스는 곳곳에 형성된 거대한 먼지구름대에 붙들려 큰 행성을
형성했으며 이 행성은 강력한 중력에 의해 주변의 가스를 모두 흡수,
목성과 같은 거대행성으로 덩치를 불렸다.

항성을 포함한 이 행성은 서로 끌고 잡아당기는 힘이 균형을 이뤄 현재의
공전위치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51페가시와 그 행성의 존재는 그러나 이같은 이론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이 행성은 가벼운 가스가 남아있지 않은 곳에서 형성돼 큰 중력이 미치는
항성 바로 곁을 공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대학의 도그 린 교수는 목성과 같은 거대행성은 태양계 바깥에서
끌려 온 것이라고 주장하며 51페가시와 그 행성의 존재를 설명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외곽의 거대행성은 항성에 가까워질수록 이 항성의
회전에너지의 영향을 받아 공전속도가 빨라지고 항성을 중심으로한
행성 내외부의 중력이 일치, 균형을 잡는다는 것이다.

영국 웨스턴 온타리오대학의 데이비드 그레이 교수는 이는 행성이 아니라
갈색왜성일뿐이라고 주장하지만 지난해말 게좌와 처녀궁 등에서도 행성이
발견됨으로써 설득력을 잃었다.

MIT대의 프레드 라지오 교수는 이와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는 하나의 태양계 형성초기에는 목성과 같이 큰 행성이 여러개 있었을
것으로 가정하고 있다.

이들 거대행성중 궤도가 중복되는 몇몇은 서로 부딪쳐 하나로 되며
이 과정에서 작용한 힘에 의해 원래 궤도에서 벗어나 혜성과 같은
큰 타원궤도를 형성한다.

이 행성은 근접한 다른 행성을 그 태양계 밖으로 튕겨낸 뒤 혼자 남아
항성(태양)을 공전한다.

이 행성은 강력한 중력을 갖고 있어 항성에 접근할 때마다 항성의 형태를
어느정도 변형시키고 이 과정에서 에너지를 조금씩 잃어 항성 가까이
원형궤도에 자리잡는다는 설명이다.

이 이론은 지금까지 발견된 모든 태양계의 행성시스템을 설명해줄수 있는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지구가 속해있는 태양계는 예외이다.

천문학자들은 따라서 지구가 속해있는 태양계를 포함한 모든 행성시스템의
형성 및 존재방식을 포괄해 설명할 수 있는 보다 정교한 이론의 등장을
고대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