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재정경재위는 27일 국회에서 각계전문가를 진술인으로 참석시킨
가운데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안과 자금세탁방지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대통령 긴급재정명령으로 시행되고 있는 금융실명제를
대체입법하고 금융기관을 통한 불법.부정자금을 규제하기 위해 자금세탁
방지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지만 각론에는 상당한 차이를
보여 앞으로 입법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금융소득에 대한 분리과세 선택여부와 비금융권 단기자금의 중소기업
출자문제, 고액현금거래시 기록보존 기준액 등에 대해 상의 등 사업주측과
시민단체간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박원순 참여연대사무처장과 김일수 고려대교수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금융실명 대체입법은 탈루된 세원확보와 공평과세라는 금융실명제의
근본취지를 무색케 하는 것이라며 강력한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박처장은 "실명미확인 계좌를 실명전환할 때 출처조사를 면제하는 조항은
떳떳하지 못한 지하자금에 면제부를 주고 금융실명제를 무력하게 하는 것"
이라며 "이는 국세청에서 2억원이상을 실명전환할 때 출처조사를 하고 있는
현실에 비춰볼 때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정부안대로 소득세 최고세율 40%에 의한 분리과세 선택을 허용
하고 해당 금융자료를 통보하지 않도록 하면 출처조사를 면제받고 싶어하는
사람은 분리과세를 선택하고 인적사항도 차명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재고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엄기웅 대한상의 상무는 "분리과세 선택조항과 중소기업출자
촉진을 위한 자금출처조사 면제조항은 세무조사에 대한 불안해소를 위한
보완조치"라며 "금융실명제의 부작용을 줄이고 금융실명의 거래를 하나의
관행으로 정착시키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중소기업의 출자금 등에 대한 세무조사 특례에 있어 다른
과세자료에 의해 조세가 부과되는 경우 조사면제가 배제되는 단서조항은
중소기업에의 출자촉진 효과를 반감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배진 선일옵트론 대표이사는 "자금출처조사가 면제되는 중소기업범위를
사치 또는 소비조장 업종이 아닌 제조업, 특히 벤처기업으로 한정하고
특혜를 차등화해야 한다"며 "중소기업의 여건을 감안해 투자자금 회수방법
자본금 범위를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금거래시 금융기관의 신고의무와 관련, 노형권 은행연합회상무는 "자금
세탁법 적용대상금액을 건당 1억원으로 정한뒤 차차 하향규정하는 것이
금융거래를 위축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금융기관직원에 대한 수사기관의
신문 및 법원의 증인채택요건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처장은 "국민법감정을 고려하고 다른 범죄와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자금세탁행위에 대한 벌칙조항의 기준이 너무 낮다"고 말했다.

자민련 이상만 의원은 질의를 통해 "현재 경제가 어려운만큼 경제를
살리는 차원에서 금융실명제 대체입법과 자금세탁방지법을 제정하되 시행
시기를 약 2년정도 유보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손상우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