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최첨단 벤처기업들이 청원에서 "협동화" 사업을 폈다.

이 사업엔 반도체 장비업체인 아펙스, 유전자 증폭장치업체인 바이오닉스,
반도체 제어시스템업체인 코닉시스템, 멀티미디어업체인 다림시스템 등
4개사가 참여했다.

그런데 이들은 왜 이런 "협동화"란 사업형태로 신규투자를 했을까.

물론 그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그러나 협동화를 택한 가장 첫번째 이유는 돈을 적게 들이면서 공장을
마련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이들은 대지 3천2백평에 건평 1천2백30평의 단지를 공동으로 조성했다.

이를 조성하는데 들어간 돈은 약 25억원.

소규모 벤처기업들로선 큰 돈이다.

그러나 이들은 투입자금중 약 17억원을 중소기업 진흥기금으로 마련했다.

협동화를 추진하면 이처럼 중진공으로부터 소요자금의 대부분을 지원받게
된다.

특히 기계설비는 전액을 지원받을수 있다.

토지건물은 70%까지 된다.

이 자금의 대출기간은 10년까지.

거치기간 5년이 포함된다.

이 협동화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은 운전자금도 1회전 소요자금 전액을
지원받는다.

더 유리한 것은 금리다.

연 6.5~7%.

국내 중소기업이 빌릴수 있는 자금 가운데 이보다 나은 자금은 드물다.

이런 자금조달 여건에 자극받아 올들어 전국에서 71개 업체가 협동화사업을
펴서 6백73억원의 돈을 조달해갔다.

그동안 국내 중소기업들은 동업을 무척 꺼려왔는데 요즘들어 동업과는 약간
다른 개념의 "협업" 형태가 활기를 띠는 셈.

이는 이젠 협업을 하지 않고선 더이상 설비투자부문에서 돈을 아낄 곳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요즘 수도권에선 설비자금이 모자라는 몇몇 중소기업들끼리 협동화
사업을 펴기에 바쁘다.

진우화학 등 6개 업체가 화성 동탄에 생활용품 협동화단지를 만든다.

이들은 총 50억원을 들여 금곡리 산 66 일대에 6천평의 부지를 확보,
2천5백평규모의 공장을 지어 6개업체가 함께 입주할 계획이다.

무림철강 태형 등 8개 주단조업체들도 화성 양감 요당리에 9만평에 이르는
대규모단지를 조성한다.

총 9백억원을 들여 3만평규모의 공장을 짓는다.

이들은 사업계획이 확정되는대로 중진공에 진단을 의뢰할 예정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신설자금을 쉽게 구하기 위해 협업을 택하고 있다.

신우NC 왕중포장 등 5개 기업은 화성 장안 수촌리일대에 9천평의 부지를
확보할 방침이다.

지함 제조관련업체인 이들은 중진공의 협동화사업자금과 자체자금 등으로
총 2백억원을 마련해 5천평규모의 지함자동화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그동안 새로 이전할 공장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어오던 우성피혁 서광
등 수도권지역 17개 피혁업체들도 협동화단지 조성에 나섰다.

이들은 1백억원이상의 대규모 자금을 중소기업 진흥기금에서 조달할 계획
이다.

중소기업들이 이같은 대규모의 설비자금을 손에 쥐기란 무척 어렵다.

그러나 협동화를 통해 진흥기금을 신청하면 돈줄을 잡을 수가 있다.

이 사업을 추진하려면 5개이상 기업이 사업조합이나 주식회사를 결성,
중진공의 승인을 받아 시작하면 된다.

그러면 적어도 소요자금의 70%이상을 중소기업 진흥기금으로 끌어쓸수 있다.

일단 자금을 조달해서 공장부지를 마련하기만 하면 땅값도 만만찮게
올라간다.

이제 돈이 없어 설비투자를 할수 없다고 불평만 할 것이 아니라 협동화
사업을 한번 추진해보자.

중진공 협동화사업처 김대섭 처장(769-6671)에게 전화를 걸어보자.

이치구 < 중소기업 전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