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은행및 종금사에 대한 정부의 지원대책 발표가 있던 지난 25일.

삼성 대한 한솔 등 몇몇 종금사가 업무시간이 훨씬 지난 오후 7시가 되서야
그날 갚아야 할 자금을 간신히 결제했다.

종금사 위기론으로 경색됐던 자금흐름이 정부발표에도 불구, 정상화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26일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이날 오후 3시 현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성사된 콜거래규모는 9천억원선.

평소 같으면 2조원을 넘어야 할때다.

자금중개사 관계자는 "은행권의 자금사정이 나쁘지 않은데도 콜론은 나오지
않고 콜자금을 달라는수요만 6천억원이 밀려 있다"고 말했다.

종금사 관계자는 "정부대책이 기대에 못미쳤다는 실망감으로 종금사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 은행권에서 돈이 흘러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정부대책이 태풍의 눈으로 등장한 종금사 위기론을 진정시키기에는
미흡, 금융계에 확산돼 있는 불안심리를 해소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종금사에 대한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 것은 우선 정부대책에 따라 한은의
연8.5% 자금 2조원정도를 1년간 받을수 있는 21개 종금사 가운데 어느
종금사가 이 자금을 받게 될지도 불투명하다.

이들 종금사 대부분은 "대주주가 있는 종금사가 주식포기각서까지 내고
자금지원을 받겠느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종금사가 한은과 RP(환매채) 직거래를 허용시킨데 대해서도 대형종금사의
경우도 거래대상 국공채의 규모가 2백억~3백억원에 머물러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별효과가 없으며 종금사에 지원키로 한 국고여유자금 5천억원은 올 추석
자금수요에도 못미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대책으로 종금사 자금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

여기에다 은행신탁과 투신사들이 종금사로부터 매입한 CP(기업어음)의 만기
연장을 계속 기피, 종금사가 떠안는 어음이 급증하면서 종금사 자금상황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종금사의 CP 매출은 이달들어 22일까지 1조1백2억원이 줄었다.

일부 투신사의 경우 이달 들어서만 3천억~9천억원의 자금을 회수해 내고
있다.

25일 저녁 늦게 결제 자금을 막은 모종금사 관계자는 "은행신탁이 매입한
CP 5백억원이 만기도래했는데 이를 기업에 결제요구했으면 아무 문제없었지만
거래기업이고 해서 직접 떠안느라고 자금이 부족해 늦게까지 자금을 구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종금사 관계자는 "오는 9, 10월에는 작년 4월 자금사정이 좋을때
은행신탁이 1년6개월정도 만기연장을 약속하는 조건으로 매입한 옵션CP가
대거 만기도래한다"며 "은행신탁이 자금운용을 단기화하고 CP 매입을 기피
하면서 이들 옵션CP에 대해 결제를 요구하면 종금사도 이를 다 떠안을수도
없어 결과적으로 적지 않은 기업이 자금난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제는 종금사들이 자금부담을 하면서까지 은행신탁과 투신사가 만기연장을
거부한 CP를 보유하는 것은 종금사가 이면으로 지급한 경우가 많다는데 있다.

지급보증한 CP를 결제요구했다 해당 기업이 부도처리 될 경우 종금사가
책임을 져야 하는 수가 생길수도 있기 때문이다.

종금사가 이렇게 해서 떠안은 CP는 대부분 3~7일의 초단기여신으로 바뀌기
때문에 기업들이 자금운용에 애를 먹고 있다.

자금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지난 25일 정부대책에 이은 보다 가시적인 후속
지원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오광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