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및 기획 강경식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 조감독 이윤재 경제정책
국장, 영화명 21세기 국가과제"

재정경제원의 수석부서인 경제정책국이 경기침체 기아사태 등 시급한 현안들
은 제처둔채 때아닌 영화 촬영으로 분주해하고 있어 시선을 끌고 있다.

경제정책국이 만들고 있는 이 영화는 "21세기 국가과제"라는 제목의 상영
시간 20분짜리 비디오물.

재경원은 이 영화를 찍기 위해 재경원 공무원들과 한국개발연구원 박사들로
출연진을 짜고 업무시간을 쪼개 촬영에 열중하고 있다는 얘기다.

21세기 국가과과제는 경제정책국이 지난 6월부터 3개월째 매달려있는 테마로
정부가 추진해야 할 21세기 과제를 미리 제시해본다는 취지를 가진다고 정부
스스로 설명해왔던 바로 그 테마다.

재경원은 오는 9월초 청와대에서 이 영화의 시사회를 가진뒤 우선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테스트 상영을 해본뒤 여론의 반응을 보아가며 <>케이블TV
방영 <>민간단체 교육용 자료 대여 <>예비군훈련 민방위교육용 시청각 자료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재경원은 1억원이상이 투입될 이 영화와 함께 3백쪽안팎의 국가과제자료집을
대량으로 제작해 각급 기관 교육용으로 배포할 방침이다.

그러나 한켠에서는 우리경제가 이처럼 어려운 시기에 정치색마저 있는
장래의 정책구호들을 선전하기 위해 정부가 영화제작에 나서고 있는 것이
과연 적절하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 21세기 국가과제는 문민 정부 초기에 대대적으로 슬로건화했다가 바로
재경원 공무원 자신들의 집단적인 저항으로 폐기처분되거나 각 부처들이
별도로 추진하고 있는 과제들을 한군데 모아놓은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터였다.

재경원 내부에서조차 정치인 출신인 부총리의 개인적인 "업적용"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을 정도다.

더욱이 재경원은 영화제작 예산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국가 계약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면서까지 산하기관인 국민경제연구소의 예산을 활용했고
수의계약을 통해 제작사(프로덕션)을 선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간 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최근 정책들을 보면 정부관계자들이
구정물에 손을 담그기는 싫고 먼장래의 일을 두고 고상한 이론 논쟁 취향만을
즐기고 있는 것같다고 일침을 놓고 있다.

재경원은 스스로를 선전하기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 아니라는 얘기다.

<최승욱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