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요, 좋아요"

이회창 신한국당대표의 현재 심경을 떠보기 위해 던진 "요즘 기분
괜찮느냐"는 질문에 이대표는 선뜻 이렇게 답했다.

경제현안에 대한 본격적인 질문에 앞서 이대표에게 "증권가에서 이대표가
"작전주"로 통하는 것을 아느냐"고 묻자 "왜 그런가"라고 되물었다.

이대표는 집권여당 최초의 경선과 대선기획단의 조직적 지원 등과 같은
"실적뒷받침"이 성공하면 대권을 잡고 그렇지 못할 경우 "패가망신"한다는
설명에 파안대소했다.

이대표는 "주식투자는 전혀 안해 봤다"며 "경제통"은 아니라면서도 대기업
등 경제현안들에 대한 입장정리를 잘 해놓은듯 회견내내 차분하게 자신의
견해를 소상하게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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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김형수 < 정치부장 > ]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삼성그룹의 기아자동차 인수 추진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업간의 인수합병은 시장경제의 원리에 의해 민간기업간에 자율적으로
이뤄질 사항으로 정부나 당이 간여할 문제는 아닙니다. 기아그룹의
처리방안도 기본적으로 채권금융기관과 기아그룹간에 해결할 문제이지요.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3자인수 등의 문제는 현실적으로 현 정부
아래에서는 추진되기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한보철강의 경우 제3자에 매각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사회간접자본 건설
등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세계무역기구(WTO)협정에 의하면 과거와 달리 특정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보조금으로 간주되어 통상마찰의 소지가 큽니다.

따라서 정부지원은 특정기업을 위한 지원이 아니고 전체적인 산업발전
산업구조조정 사회간접자본지원 지역개발 차원에서의 지역경제활성화 등과
관련한 것이 돼야 합니다"

-기업들의 부도와 관련해 정부가 나서서 지원을 해야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기업의 부도처리 역시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이뤄져야 합니다.

다만 기업들의 연쇄부도와 이로인한 금융기관의 잇단 부실로 기업 금융기관
등의 대외신인도가 급격히 저하되는 등 경제전체적으로 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을 경우 그 파장과 부작용이 최소화될수 있도록 정부는 적절한
조치를 신속히 취해야만 합니다"

-우리 기업들의 대외경쟁력에 만족하십니까.

또 선진기업이 되기 위해 우리 기업들이 서둘러야할 내부 개혁과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고 선진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경영혁신과 기술혁신을 통해 임금 등 생산비용면에서의 불리한 여건을
극복해야 합니다.

부문별로는 선단식 경영이나 다각화는 지양하고 핵심분야 위주의 기업재편
등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효율을 제고해야 합니다.

또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있는 기술 등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와 노력을
강화하고 세계경제통합추세에 대응해 글로벌 경영체제를 구축해야 합니다.

이와함께 경기변동에도 기업이 자생력을 갖도록 불요불급한 자산매각 등
기업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대기업은 국외지향적으로 나가야 하고 국내는 중소기업들이
맡도록 해야 경쟁력이 살아날 것입니다"

-그렇다면 경제선진화를 위한 정부의 역할은 어떠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민간의 자율과 창의를 바탕으로 우리경제와 기업이 최대의 효율과 경쟁력
을 발휘할수 있도록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하는 등 시장경제체제
구축을 위한 여건조성에 중점을 둬야 합니다.

다만 공정한 경기규칙을 만들어 집행하고 사회간접자본 환경개선 등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공공재를 공급한다든가 사회취약계층의 보호 등과 관련한
정부의 역할은 강화돼야 할 것입니다"

-경제대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해결해야할 핵심 경제과제 3가지를 꼽는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시장경제원리의 정착, 고비용 저효율 경제구조의 개선, 정보화및
과학기술의 혁신이라고 봅니다"

-경제정책 의사결정 과정과 관련해 정부조직을 개편해야할 필요성은
있다고 보십니까.

"경제정책과 관련한 의사결정권한이 청와대비서실과 재정경제원에 집중되어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가급적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기 위해 집권후에 기존의 정부조직및
그 운영과 관련하여 제기되는 여러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발전시켜
나갈 생각입니다.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재경원의 기능재편이나 일부 부처신설 등의 문제도
이같은 차원에서 접근할 계획입니다"

-공기업 민영화에 찬성하십니까.

"궁극적으로 공기업을 민영화해야 한다는 기본방향에는 찬성한다.

그러나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일인 소유지분을 제한하는 등 세심한
배려를 해서 공기업이 특정재벌에 귀속되는 일이 없도록 신중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정부의 대기업정책 전반에 대해 평가한다면.

"지금까지 우리경제의 발전에 대기업이 적지 않은 기여를 해왔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이르러서는 상호지급보증에 의한 계열기업확장, 과다한
차입경영, 선단식 경영, 특정인에 집중된 의사결정권 등 여러가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어 이들 문제점이 우리경제 전체의 성장과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점들을 단계적으로 하나하나 고쳐 나가면서 우리 기업들이 세계
굴지의 기업으로 발전해 나가도록 적극 유도해 나갈 작정입니다"

-대기업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야 한다는 견해가 많습니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할 것인지 여부는 개별기업 스스로 판단해야할 사안
이지만 소유와 경영의 분리는 궁극적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소유와 경영이 자연스럽게 분리되어 있으면 2세 경영인의 승계가 문제시
되지 않을 것입니다.

경영인으로서의 탁월한 능력이 갖춰져 있다면 2세 경영인도 얼마든지
전문경영인이 될수 있다고 봅니다"

-기존 대주주의 의사에 반하는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데 바람직하다고 봅십니까.

"시장경제논리에 따른 기업의 인수합병이 자유스럽게 이루어져야 강한
경쟁력을 보유하는 기업이 나타날수 있습니다.

재벌은 특정업종을 중심으로 세계굴지의 기업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
옳다고 보며 중소기업을 인수합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부도유예협약이 오히려 부도사태를 불러일으켰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만일 부도유예협약이 없이 기아 진로 등의 경영위기가 곧바로
부도처리로 연결되었다고 가정했을때 이것이 우리경제에 미쳤을 파장과
부작용을 현재의 상황과 비교해 본다면 이 협약의 긍정적인 효과를
이해할수 있을 것입니다.

대기업이 부도가 나면 수많은 관련 중소협력업체도 연쇄도산할수 밖에 없기
때문에 부도유예협약은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도 최대한 보호하기
위한 제도라고 할수 있습니다"

-정부의 규제완화노력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또 가장 시급히 규제가 완화돼야할 부분이 있다면.

"고비용 경제구조의 근본적인 원인중의 하나가 바로 규제라고 생각합니다.

땅값 물류비 금리 등을 낮추기 위한 관련규제의 완화가 시급합니다"

-은행의 주인을 찾아줘야 한다는 견해가 적지않습니다.

"어느 조직이든 주인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조직의 발전을 위한 열의 등의
면에서 일하는 자세가 다른 것 아니겠습니까.

대기업의 은행소유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있을수 있으나 과도한 경제력
집중이나 자금의 만성적인 초과수요상태 등과 같은 현재 여건하에서 대기업
의 금융자본지배는 바람직하지 않은 면이 더 많다고 봅니다"

-국내금리를 떨어뜨릴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과열성장이 아닌 적정경제성장과 물가안정 금융개혁 등을 통한 금융산업의
효율성 제고 등이 이뤄져야 하고 과다하게 남의 돈을 빌려 기업을 경영하는
것도 단계적으로 고쳐져야 금리가 떨어질수 있습니다"

-외국자본의 도입을 통해서라도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외국자본의 도입이 통화공급 확대 등으로 이어져 일시적으로는 금리하락
현상이 나타날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통화증발에 따른 물가상승이 금리하락을 상쇄할수 있고 물가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통화를 환수하는 등 일정한 규제를 가하면 다시 금리가
올라가게 되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문제입니다"

-근로자의 경우 자유직업 소득자보다 세율면에서 상대적으로 높아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보완할 용의는 없는지요.

"근로소득자는 세금을 물어야 하는 근로소득이 대부분 노출되는 특성
때문에 다른 소득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세금을 내는 것 같이 느껴져
불만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수차에 걸쳐 근로소득자의 세부담 경감조치를 단행해 3~4년전
과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재정이 허용하는 한 여러가지 공제제도를 활용해 최대한 그 부담을 경감해
나가고 재산.사업소득자에 대해서는 세금부과대상 부동산 가격을 시세에
맞게 현실화하거나 사업소득이 징세과정에서 탈루되는 일이 없도록 하여
세부담의 형평성 문제가 최대한 해소될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신도시 개발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필요하다면 그동안의 신도시와는 다른 개발방향을 설정해야할 것으로
보는데 이에대한 복안은.

"신도시라고 해야할지 신시가지라고 해야할지 모르지만 개발은 추가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국민이 공장용지나 택지 여가용지 도로용지 등으로 쓰고 있는
토지가 국토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에도 못미치고 있는데 앞으로
지속적인 토지수요를 감안할때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2010년경까지
는 그 비율을 선진국수준인 7~10%로 높여야 합니다.

아직도 주택이 크게 부족하고 소득수준이 더 높아지면 1인당 주거면적
택지면적 등이 계속 증가할 것이고 공장용지나 교육연구시설용지 여가시설
등의 소요도 계속 증가할 것입니다.

이러한 토지수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신도시개념의 도시개발이
불가피합니다.

앞으로 개발되는 신시가지나 신도시는 주거 상업 산업 교육기능 등이
복합된 자족도시로 개발하고 각종 도시기반시설은 주민들이 입주하기 전에
완비해야 합니다.

-아파트분양가를 자유화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한다면 그 시기는 언제쯤이 좋을까요.

"주택시장의 정상화와 주택산업의 발전을 위해 아파트 분양가는 자율화돼야
하나 수도권의 경우 주택보급률이 아직도 79%에 불과하고 분양가를 전면
자율화할 경우 주택가격 상승으로 서민들의 내집마련에 어려움을 줄 우려가
있으므로 수도권은 좀더 주택시장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봐가면서 분양가를
자율화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린벨트내 토지의 이용도를 높이거나 획기적으로 제한을 풀 용의는
없습니까.

"개발제한구역제도는 본래의 취지에 맞게 유지 존속되어야 하지만 이
제도로 인해 많은 피해를 입고 있는 주민에 대한 입장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제도의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내에서 토지이용규제를 완화하여
토지의 이용도를 높이고 구역내 주민의 재산권도 보장받을수 있도록 보다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개선대책을 마련할 생각입니다"

< 정리=김삼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