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금융시장 안정책을 발표했으나 지나치게 "원론적"이었다는게
재계와 금융계의 반응이다.

시기가 늦은 것은 차치하고 함량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발표당일 환율이 뛰고 주가가 약세를 보인 것이 바로 그 반증이라는게
경제계의 인식이다.

[ 재계 ]

<>.재계는 25일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은데 대해 뒤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가 경제현실을 바로 보게 됐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 대책이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후속 보완조치가 시급히 이뤄져야
하며 특히 원활한 기업구조조정을 위한 과감한 제도 개선과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논평을 통해 은행과 종금사 등의 대외채무에
대해 정부신용으로 지급보증을 해주기로 한 것 등은 단기적으로 금융기관의
대외신인도 하락방지와 기업금융원활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했다.

전경련은 그러나 최근의 금융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금리
인하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과 함께 기업구조조정 원활화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해외증권발행 상업차관도입 <>주식발행 관련 규제 등 기업금융을
제한하는 규제의 조속한 폐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한상의도 이날 금융시장 안정대책에 환영을 표시하면서도 금융기관의
소극적인 자금공급자세가 계속될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구체적인 기업자금
경로에 대한 보완책이 추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는 또 정부가 지원키로 한 성업공사 부실채권 정리기금은 추가로
1조~2조원 더 늘리고 인수대상 부동산 범위도 부채비율이 일정수준 이상인
기업중 자구노력을 추진하려는 기업의 부동산까지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권영설 기자 >

[ 제일은행 ]

<>.제일은행은 정부의 이번 금융지원으로 인해 무엇보다 대외신인도가
제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일은행은 그동안 국제신용평가기관인 S&P(스탠더드 앤 푸어스) 등이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해외에서 자칫 장기채권을
발행할 수 없을 위기까지 몰렸었다.

그러나 한은특융이 알려지면서 S&P는 이달말께 BBB-이던 제일은행의
신용등급을 BB+로 한단계 낮추려던 일정을 9월이후로 연기했다.

제일은행은 또 9월로 예정돼있는 무디스사의 신용등급 재조정에도 특융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일은행은 이와함께 특융으로 인해 유동성에도 한결 숨통이 트일 것이란
반응이다.

제일은행은 그동안 예금이탈에 시달리면서 심각한 유동성부족이 빚어져
하루에만 1조원의 콜차입을 해야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특융의 금리가 종전(연3%)보다 크게 높아져 수지개선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되자 제일은행은 다소 섭섭한 표정이다.

올해에만 1조원가량의 적자가 나타날 전망인데 연간 1천억원정도의 수지
보전은 미약하지 않으냐는 것이다.

< 이성태 기자 >

[ 종금사 ]

<>.종금사는 정부 지원책에 대해 "원화와 외화유동성 확보에 큰 도움을
얻을 것"이라며 환영 분위기.

특히 대외 채무상환보장에 대한 정부의지 표명으로 때늦은 감이 있지만
외화부족난 해소에 가시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

그러나 원화 지원대책과 관련, "은행신탁 등의 기업어음(CP)매입기피
현상을 바로잡는 창구지도와 같은 근본적인 치유책이 없는게 아쉽다"고 평가.

대한종금 이진경 이사는 "종금사가 팔리지 않은 CP를 보유할 경우 자금
부담때문에 3일~1주일로 만기를 초단기화하고 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자금시장의 불안감은 해소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

또 이달초 국고여유자금을 한차례 거부했다 받은적이 있을 정도로 이미지
관리를 중시하는 종금사에 자금지원을 전제로 자구계획서 제출을 요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지적.

종금사는 정부 대책이 단기처방인 만큼 정부 요청처럼 자구책을 마련,
또다시 위기론에 휘말려서는 안된다는 자성 분위기.

과당경쟁을 자제, 대기업 편중여신으로 비대해진 CP시장을 축소하고 국제
영업의 경우 단기조달, 장기운용의 고수익 중심 외화자산 운용구조에서
탈피해야 한다는데 공감.

< 오광진 기자 >

[ 한은 ]

<>.금융기관지원에 대한 한은의 입장은 "중립"이다.

금융시장안정을 위한 지원은 하되 시장의 형평성을 해치는 특융은 자제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물론 강경식 경제팀과의 사전교감을 거친 것이기도 하다.

한은의 김원태 이사는 "그동안 제일은행에 대한 특융을 내부적으로 검토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러가지 여건을 감안해 연3%의 특융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한은이 이처럼 "중립"을 표방하고 나서는 이유는 향후 금융산업의 구조
조정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금융산업의 대외개방 가속화와 함께 조만간 금융기관합병 등이 가시화될
것인데 특융이 걸림돌로 작용해서는 안된다는게 한은의 시각이다.

정부가 금융기관 지원의 선결요건으로 경영권포기각서나 인원감축 등에
대한 노조의 동의서를 요구하는 것도 보다 먼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것이다.

한은은 이같은 시야속에서 통화정책을 중립적으로 운용해나갈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