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전부터 컴퓨터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엄두를 내지 못하다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자판을 익히고 워드프로세서로 원고를 작성하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어요"

김창실(62) 선화랑 대표는 요즘 컴퓨터에 푹빠져 지낸다.

20년넘게 화랑을 지켜온 그는 최근들어 하루 2시간은 컴퓨터 앞에서
시간을 보낸다.

올해말까지는 기필코 컴퓨터를 능숙하게 다루도록 하겠다는 다짐때문이다.

"컴퓨터 그만하고 저녁먹자는 할머니와 인터넷으로 주라기공원에 들어가야
한다는 손자가 대화하는 TV광고를 보면서 컴퓨터를 배우기로 작심을
했습니다.

지금 컴퓨터를 배우지 않으면 앞으로 나도 그 할머니처럼 구시대 사람이
되겠구나 하고 생각하는 순간 이번 여름에는 무슨일이 있어도 컴퓨터를
공부하자고 결심했지요"

그 다짐 때문인지 김대표는 컴퓨터 한글자판을 이틀만에 다 외워버렸다고
소개했다.

그뒤 원고 청탁받은 것을 다소 느리긴 하지만 워드프로세서를 이용해 작성해
보니 그렇게 편리하고 좋을 수가 없다는 그는 또 CD롬으로 영어나 일어를
공부하는 것도 상당한 재미를 준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문업체에 부탁해 선화랑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컴퓨터에 대해 잘 모르면서도 가상공간으로서 인터넷이 갖는 장점은
익히 알고 있었거든요.

홈페이지에는 각종 전시회에 대한 소개와 함께 소장품 안내, 젊은이들을
위한 현대미술에 관한 전문잡지 등의 내용을 담을 예정입니다.

늦어도 다음달중에 선보일 홈페이지에 문화에 관심있는 많은 네티즌들이
거리낌없이 들렀으면 좋겠어요"

김대표는 대단한 인터넷 예찬론자다.

화랑을 운영하다보니 전세계 미술의 흐름을 알기 위해 한해에도 몇번씩
외국을 여행해 왔는데 인터넷을 알게되면서 시간및 비용을 엄청나게 절감할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그는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세계적인 미술관과 화랑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방문해 다양한 전시정보및 작품동향을 파악하는 즐거움을 맛보고
있다.

"컴퓨터를 조금씩 알아가면서 정보화사회에서 컴맹은 곧 도태를 뜻한다는
것을 느낍니다.

나이가 들면 배우는 속도가 늦기는 하지만 배우는게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제 나이또래의 모든 분들에게 컴퓨터를 어렵게만 생각하지말고 자판부터
차근차근 익혀볼 것을 권유합니다"

선화랑이 한국경제신문사 신축사옥에 설치될 조형작품 제작을 담당하게 된
탓에 8월말 완성을 목표로 막바지 작업을 진행중인 김대표가 바쁘게 자리를
뜨며 남긴 당부다.

< 글 김수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