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종합화학 서산공장 원료생산부에 근무하는 박상률 대리는 평소 노후
배관 하나를 바꾸는데도 보름 이상 걸린다는 사실에 불만이 많았다.

수십만원짜리 기기하나를 교체할 때 "변경관리요청서"를 보내야 하는
곳만도 기술실 PSM(공정안전관리)팀 공무기획부 정비부 등 네곳.

이들 부서와 협의한 뒤 규정을 참조해 품의서를 새로 만들어 공장장,
사장 결재를 받아야 하니 보름은 후딱 지난다.

삼성종합화학(사장 유현식)이 "Q미팅"을 시작한 목적은 이같은 불만의
해소에 있다.

한마디로 "작은 일은 현장에서 우리끼리 결정하자"는 것.

투자규모가 큰 신규사업이나 인원이동이 많은 조직개편,비용이 많이 드는
업무환경 개선 등은 당연히 신중한 결정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1백만원짜리 기기교체와 수십억,수백억원짜리 투자결정에 관한
의사결정과정이 동일하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삼성종합화학은 1천만원 이하의 <>투자 <>프로세스개선 <>제도보완
<>정비 <>부대경비 등에 관한 것은 권한과 책임을 철저히 하부이양키로
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Q미팅"이다.

삼성은 3개 부서 이상이 Q미팅을 통해 합의한 사항은 별도의 품의서
작성없이 즉각 시행토록 하고 있다.

박대리의 발의로 지난 11일 열린 Q미팅에서 참석자들은 정비소요 예산을
공무소속에서 생산부 등 현업부서로 이관키로 결정했다.

이 자리에 의사결정권자로 참석한 손석원 이사는 이를 즉각 실행하도록
지시했다.

삼성종합화학에선 노후 배관 교체가 이제 하루 이틀이면 가능하게 됐다.

삼성이 Q미팅을 시작한 것은 2개월전.

그룹의 "스피드 경영"방침을 어떻게 화학업종에 접목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한 결과 우선 작은 업무개선부터 해보자는 판단에서 였다.

결과는 대성공.

Q미팅을 통해 오는 2000년까지의 개선과제가 1천5백여건이나 발굴됐다.

이들 과제에 대한 실천계획도 Q미팅을 통해 착착 마련되고 있다.

이 회사 신경영사무국 추산에 따르면 이들 과제가 제대로 개선되면
2000년께는 지금보다 연 1천억원의 수익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Q미팅이란 ]]

업무프로세스상의 질(quality)향상을 위한 토론개선활동.

각종 개선사항을 업무관련자들이 토의한 후 구체적인 개선대책에 합의하면
의사결정권자가 실시여부를 토론장에서 판단해 바로 실행에 옮기도록
한다.

Q미팅의 회의자료는 곧바로 시행품의서가 된다.

Q미팅의 주요 안건은 총예산 1천만원 이하의 소규모 공정개선이다.

이 정도 건이면 실제로 결재라인선상에서도 형식적으로 검토되기 마련이고
현장 실무자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권한과 책임을
하부 이양한 것이다.


[[ 프로세스 ]]

안건발의는 누구나 언제든 할 수 있다.

개선사항을 신경영사무국에 제출하면 된다.

사무국은 전사적으로 풀(pool)이 구성돼있는 전문진행자(facilitator)를
비롯 의사결정권자, 참가자를 선정한다.

전문진행자는 최단 시간내에 Q미팅을 실시하도록 일정을 짜고 각
참석자들에게 사전준비를 철저히 시킨다.

회의 당일엔 의사결정권자는 인사만 하고 토론에선 빠진다.

전문진행자는 참석자들이 정확한 현상분석 및 토론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돕고 당일에 결론을 합의토록 유도한다.

합의된 사항은 의사결정권자에게 보고, 즉시 결정을 받는다.

의사결정권자는 토론장에서 시행여부를 결정하거나 2주일 말미의
유보선언을 할 수 있다.

[[ 워크아웃과 다른 점 ]]

의사결정권자가 회의에 참석해 실행여부를 즉석에서 결정해준다는 점에서
"Q미팅"은 미국의 GE, 국내의 LG화학 해태전자 등이 시행하고 있는
"워크아웃(work-out)"과 유사하다.

차이점은 토의대상이다.

워크아웃이 일반적인 개선사항을 두루 다루는데 비해 Q미팅은 구체적이다.

삼성의 경우 1천만원 이하의 소규모 개선사항만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워크아웃이 소비자 니즈(needs)의 다양화에 부응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면 Q미팅은 내부고객 즉 종업원들의 실천의지를 돕기 위해 고안됐다.


[[ 기대효과 ]]

경영혁신 운동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특히 제안된 개선과제를 토론 즉시 실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가 크다.

개선 관련 권한을 하부로 이양함에 따라 임직원들의 자신감과 일체감이
높아지는 건 부수적 효과다.

삼성 관계자는 "회의자체의 생산성이 높아짐으로써 사원들의 자발적인
제안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일정 수준 이하의 결정은 현장에서 내려짐으로써 최고경영진의 업무부담이
줄어드는 장점도 있다.


[[ 문제점과 과제 ]]

기존의 회의에 부가되는 회의로 인식될 우려가 있다.

의사결정권자인 부서장들이 적극 협조하지 않을 경우 회의는 형식에
그치고 만다.

특히 예산문제 등 부서간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된 경우는 회의가 결렬될
가능성도 높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토론자들이 참조할 만한 회사의 중장기비전이
분명해야 한다.

최고경영자의 경영철학도 확고해야 한다.

< 권영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