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필름시장이 APS (Advanced Photo System.차세대사진시스템)의
등장으로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APS의 출현은 새로운 개념의 필름을 필요로하고 이에따라 새필름을
둘러싼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APS란 기존 카메라및 필름보다 여러가지 점에서 진일보한 차세대
사진시스템.

APS는 필름이 카세트처럼 돼있어 간단히 장착할 수 있고 사진사이즈도
3가지 타입으로 뽑아볼 수 있다.

또 필름내에 노출 조명등과 관련된 정보를 저장,인화할 때 부족한 부분을
수정해 선명한 화질의 사진을 뽑을 수도 있어 APS의 출현은 "사진 1백년
역사에 남을 사건"으로 통한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지난해초 APS용 카메라와 필름이 시판되면서 빠르게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필름시장만 놓고 볼때 일본의 경우 전체의 8%,미국은 4% 정도를 APS용
필름이 차지하고 있다.

시판 첫해란 걸 감안하면 결코 작지 않은 비중이다.

국내에는 지난 2월 APS 카메라와 필름이 첫 선을 보였다.

아직은 일본이나 미국에 비교할 정도가 안되지만 국내시장도 조만간
이같은 변화를 따라 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90년대 들어 연간 5% 안팎의 "저성장시대"로 들어선 국내 필름시장이
APS의 출현을 계기로 다시 활성화되지 않겠느냐는게 관련업계의 기대다.

<> 국내 필름시장 현황

= 현재 국내 필름시장 규모는 연간 1천4백억원 수준.

인화지 현상약품 현상기기 등 필름관련 시장을 모두 합하면 4천5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나 순수한 필름시장 규모는 이 정도다.

국민 1인당 필름소비량은 1.6롤 수준.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1인당 2롤이 넘는다.

특히 일본의 경우엔 3롤에 달한다.

선진국과 비교해보면 국내 필름시장은 여전히 성장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소득이 증가하면 레저활동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1인당 필름소비량이
늘어나는게 보통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엔 기념사진을 찍는데만 익숙해져있는 문화적 특성
때문에 필름수요가 크게 늘어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황규연 한국코닥 차장)

국내 필름업체들은 그래서 APS에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국내 필름시장은 현재 메이저 업체인 한국코닥과 한국후지가 양분하다시피
하고 있다.

양사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40%선.

나머지 20%를 코니카필름 아그파필름 현대필름 등이 나눠갖고 있는
구조다.

80년대 중반까지는 시장점유율면에서 한국후지가 한국코닥을 훨씬
앞서 나갔다.

그러나 그후 나타난 엔화강세로 국산제품의 국제경쟁력이 높아지자
후지필름은 국내에서 생산된 필름을 일본으로 역수출하기 시작했다.

후지필름으로서는 일본내 시장점유율 제고가 더 중요했던 것이다.

그 결과 후지필름의 한국 시장점유율은 뚝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한국코닥은 급성장했다.

90년대들어 자동카메라가 보편화되면서 국내 필름시장은 한 차례 활기를
띠었다.

그 계기는 자동카메라용 필름의 등장.

한국후지는 지난 93년 "자동카메라를 위해 태어났다"는 카피로 "후지
수퍼200"이라는 자동카메라용 필름을 내놓았다.

당시에는 자동카메라용으로 감도 1백짜리 필름을 쓰는 게 보통이었다.

그러나 흐린날에 노출부족으로 사진이 어둡게 나오거나 플래시를
터트렸을때 뒷배경은 시커멓게 나오는 단점이 있었다.

감도 2백을 쓰면 이 문제는 해결되지만 확대할때 사진이 선명하게
안나오는 결함이 있었다.

후지수펴 200은 바로 이런 결함을 보완한 필름이다.

한국코닥도 색상 재현력, 즉 실제 색상을 그대로 사진에 재현하는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뉴 골드 필름"을 선보여 자동카메라용 필름시장을 놓고
후지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있다.

<> 생산 및 유통과정

= 국내 필름메이커들은 거의 완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특히 한국코닥 등은 외국 본사에서 국내에 직접 투자한 현지 법인이어서
포장까지 다 된 완제품을 수입, 판매한다.

필름자체가 초정밀기술을 요하는 산업부문이어서 세계적으로도 생산국이
미국 일본 독일밖에 없다.

유통과정은 메이커->1차대리점->2차대리점->소매점으로 이어지는게
일반적이다.

소매점중에는 슈퍼마켓이나 관광지 기념품판매소 등이 판매량이 가장
많고 다음은 코닥익스프레스 후지칼라프라자 등 간판을 내건 사진관, 최근
늘고 있는 할인점 편의점 등의 순이다.

출고가는 대개 24장짜리 기준으로 1천3백50~1천4백원 수준이고 최종
소매가는 2천원 정도다.

따라서 유통마진은 30% 수준.

메이커별로는 코닥필름이 후지필름보다 개당 1백원 정도 비싼 편이다.

< 장규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