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및 환율상승에 따라 자금시장이 급속히 경색되면서 기업들이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신용도가 낮은 기업일수록 자금난은 더욱 심각
하다.

그동안 종금사에서 기업어음(CP)을 할인해 단기 운전자금을 조달해 왔으나
최근들어 높은 금리로도 할인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자금조달처가 꽁꽁 얼어붙어버린 셈이다.

특히 제조업체일수록 회사규모가 작을수록 더 심한 자금압박을 받고 있다.

일부기업 사장들은 추석을 앞두고 밀린 임금과 외상매입금을 결제해 줘야
하는데 당장 돈을 조달할 곳이 없어 애를 끓이고 있다.

대기업 재무담당자들은 기아사태에 환율상승에 따른 불안심리까지 겹쳐
자금운용에 대한 불안감이 어느때보다 크다고 설명했다.

예상치 못한 돌발사태로 자금시장이 평온을 찾을 데가 없어 우선 충분한
자금을 마련하는게 최상의 자금운용이라는 인식이 확산될 정도이다.

이같은 불안심리를 반영한 탓인지 대부분의 기업들은 미리 자금을 조달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그룹 계열사들은 치밀한 자금스케줄을 마련하고 이에 따라 계열증권사
등을 통해 CP할인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대우의 이우진 자금담당이사는 당장 자금조달에는 차질이 없지만 시중
금리동향과 환율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최근의 자금경색이 자금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는데 이유가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기관들이 리스크관리차원에서 돈이 필요한 곳에서는 돈을 빼가고
여유있는 일부 우량기업에 대출을 편중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
한다.

금융권 리스크의 부담을 기업들에 전가시키면서 기업들이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기업의 신용도에 따라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CP할인금리도 그룹간 신용도에 따라 0.5%포인트 이상 벌어지고 있다.

특히 금융기관과 직간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그룹사들은 일시적으로
자금시장이 경색돼도 경영에 큰 문제가 없으나 중소기업등 나머지 기업들은
이 기간을 버티지 못하고 도산하는 사태가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섬유업체의 한 자금담당이사는 "지난해 말부터 장기적으로 금리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자금스케줄을 짰는데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정상적인 회사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언제까지 버틸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소연
했다.

<이익원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