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시장의 교란과 관련, 통화당국이 지나치게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주부터 금리및 환율이 급등세를 보였는데도 당국은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고 일축, 사태가 증폭됐다는 것이다.

금융계는 당국의 첫번째 실수로 한은이 기아사태이후 확산일로를 걷던
금융시장의 불안을 과소평가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특히 MMDA(시장금리부수시입출금식예금) 시판과 함께 금융기관간 자금이동
이 본격화되는데도 통화관리에 대한 뚜렷한 원칙을 제시하지 못해 시장
참가자들로부터 불신을 샀다는 지적이다.

지난주부터 RP자금을 수시로 풀기는 했으나 시장의 불안심리를 진정시키기
에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향후금리상승을 예상한 금융기관및 기업들의 자금가수요를 촉발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말았다.

당국의 두번째 실수는 외환시장의 미숙한 개입에서 나왔다.

당국은 지난주초 올 하반기 환율이 하향안정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외환딜러들은 이를 믿지 않았고 환율은 계속 올라갔다.

시중은행의 모 딜러는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를 하면 누가 믿겠느냐"며
"당국의 미숙한 초기대응으로 불안심리만 높아졌다"고 말했다.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은 이같은 성토가 이어지자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18일엔 마감시간을 넘겨가면서까지 6천억원의 RP를 지원하는가 하면 18일과
19일 외환시장에 10억달러의 현물환을 풀기도 했다.

당국은 또 뒤늦은 대응이긴 하지만 자금공급의 확대와 금융기관에 대한
특융을 검토하고 있다.

한은은 19일현재 시장에 2조9천억원의 단기자금을 공급해 놓고 있다.

이 가운데 20일 회수될 예정인 RP자금 1조5천억원의 향방이 관심거리다.

한은은 시장의 불안심리가 수그러들지않을 경우 1조5천억원의 자금상환만기
를 연장해줄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추석자금수요에 대비,3조~5조원의 자금을 방출할 계획이다.

경기가 좋지않아 기업들의 상여금지급폭이 작을 것으로 판단, 내부적으로
3조원가량을 생각하고 있지만 자금가수요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경우엔 최고
5조원까지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당국은 또 제일은행에 대한 특융지원과 별도로 종금사에 대한 특융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재경원 관계자는 "종금사가 특융을 요청해올 경우 강도높은 자구계획을
전제로 특융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융분야는 원화가 아닌 외화분야가 될 것이며 그 규모는 개별 종금사의
여건에 따를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종금사들이 대외이미지 훼손을 우려, 특융신청을 망설이고 있어
전망은 다소 불투명한 상황이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