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금사 위기론이 금융가를 강타하고 있다.

"종금사들이 기아사태에 따른 신용도 추락과 은행권의 MMDA(시장금리부
수시입출금식예금) 돌풍에 의한 수신 감소 등으로 자금압박을 받으면서
돈이 부족, 부도 위기에 몰리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는게 위기론의 골자다.

종금사위기론은 원화보다는 외화부문에서 더욱 심각하다.

<> 외화 : 한국은행은 지난 18일 저녁 10시께 7대 시중은행을 통해 LG
삼양 한솔 경남 한길 고려 금호종금 등 7개 지방종금사에 5억달러를 긴급
지원하는 이례적인 조치가 단행됐다.

하루짜리 외화콜자금으로 근근히 부도위기를 넘기고 있는 일부 종금사의
위기상황을반증하는 대목이다.

종금사 관계자는 "18일은 홍콩시장이 휴일이어서 외화 구하는데 애로가
더욱 컸다"며 "한은의 지원이 없었다면 부도도 배제할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19일 이들 7개 종금사와 가진 회의에서 "내주에 만기
도래하는 5억달러 전액의 만기연장을 보장할 수 없다"고 밝혀 종금사의
외화자금난 해소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종금사의 외화부족난은 시중은행과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잇따라 자금회수에
나서고 있는데다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까지도 중장기대출금을 단기 콜자금
으로 전환 요청, 연일 갚아야 할 자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또 일본계 금융기관이 9월말 반기 결산을 앞두고 대출상환을 독촉하고 있어
외화부족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일부 종금사들은 외화리스자산 유동화및 보유외화채권 매각 등 자구책을
마련중이지만 부족한 외화를 메꾸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종금사의 차입금 만기도래일이 9, 10월에 몰려있어 앞으로의 외화부족난은
더욱 심각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여기에 태국 등에 투자한 금융기관들의 영업정지로 2억달러의 원리금회수가
동결되는등 외화투자부문에서도 손해가 예상되고 있다.


<> 원화 : 지난 7월말께 일부 종금사가 밤늦게서야 1천억원의 콜자금을
급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종금사 부도위기가 거론되기 시작했다.

종금사의 원화자금난은 대외신용도 하락에 따른 수신감소와 콜차입 애로로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은행권의 MMDA 돌풍으로 종금사 수신은 8월들어 보름만에 1조4백8억원이나
줄었다.

콜차입도 기업의 당좌대출까지 끌어다 쓰는 종금사가 늘어나는 등 제때
자금을 못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종금사들은 외화부도위기에는 수긍하면서도 원화부족에 대한 부도
위기론은 일축하고 있다.

일부 종금사가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부도까지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종금업계 관계자는 "부족자금을 마련하려면 보유어음을 교환에 돌려 결제
자금을 받아내는 길이 있다"며 "기업은 자금회수로 자금압박을 받겠지만
종금사의 자금부족은 쉽게 해결될수 있다"고 말했다.

종금사 자금난이 종금사 부도로 연결되는게 아니라 종금사 자금회수-기업
부도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어쨋든 종금사 위기론은 종금사에 과거와는 다른 길을 갈 것을 주문하고
있다.

우선 기업의 단기부채 증가에 일조한 과다한 여수신계수 경쟁을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남들 따라서 여신"하는 부실심사와 대기업 편중 여신구조 역시 고쳐져야 할
여신관행으로 지적되고 있다.

외화부문도 뜯어고쳐야 할 부분이 많다.

나라종금의 이재우 상무는 "단기로 자금을 조달해 리스 등 장기로 운용하는
안이한 자산운용과 수익성 위주로 외화자산을 취득함에 따라 대부분의 자산이
유동성이 떨어지는게 문제"라며 "이같은 국제금융업무 관행이 개선되지 않는
한 종금사의 외화부족난은 갈수록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화및 외화부문에서 이같은 구조조정이 있지 않는한 기아사태가 진정되더
라도 종금사의 위기설은 계속 될 것이라는 금융계의 지적이다.

종금사도 기업처럼 뒤늦게 자구계획에 나서기보다는 구조조정을 해야 생존
할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

<오광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