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시장과 외환시장의 전반적인 수급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금리와 환율이 연일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한국은행에서 부족분을 수시로
메워주지 않는다면 정상적인 자금결제가 불가능할 지경이다.

이같은 양상은 단순히 일시적인 자금난 때문만은 아니다.

일부 금융기관의 부실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면서 자금순환에 이상기류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구조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얘기다.

사실 모든 금융기관이 자금난에 시달리는 것은 아니다.

금융기관별로 차이가 크다.

현재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금융기관은 제한적이다.

거액부실여신을 안고 있거나 해외신인도가 떨어진 일부 시중은행과
종합금융사들이다.

일부 종금사들은 기업의 당좌대월을 끌어다쓰는가 하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좋은 종금사들에 차입을 부탁하기도 한다.

게다가 최근에는 기업어음(CP)의 유통까지 원활치 못해 이들 기관의 자금난
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18일 1조1천억원(2일물)의 RP(환매조건부채권)를 푼
것을 비롯 최근 2조9천억원의 단기자금을 시장에 공급했으나 금리상승의
고삐를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외환시장도 마찬가지다.

기업들이 결제용으로 사용할 미달러화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형편이다.

외환당국은 미달러당 환율이 8백99원대까지 치솟은 18일 6억달러이상의
현.선물환을 시장에 공급했다.

그러나 환율은 거침없이 9백원선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때 20억달러선에 머물렀던 거주자 외화예금도 다시 증가세로
반전, 30억달러선에 육박하는 등 달러사재기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외환당국은 지난주부터 환율 하향안정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며 외화시장
안정에 애를 썼지만 딜러들은 더이상 당국의 발언을 신뢰하지 않고 있으며
시장에는 짙은 불안감만 감돌고 있다.

시장관계자들은 "더이상 한국은행의 단기자금 공급에 의존할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뭔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