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내년예산을 초긴축편성한다는 당초방침을
포기하고 일반회계 세수증가율이상으로 예산을 편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동결 또는 삭감을 고수하던 재경원이 결국 정치 논리에 밀리고 있다는
점에서 선심성 예산, 팽창 예산으로 변질될 가능성을 예고해 놓고 있는
것이다.

재정경제원은 내년도 일반회계의 국세증가율이 2%대 후반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대의 세수 증가율은 내년도의 경제성장률,올해의 세수실적등을 감안한
것으로 지난 80년대초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이다.

정부는 이같은 전망에 기초해 내년도 예산을 5% 이내에서 억제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그동안 부처별 가이드 라인을 만들어 왔었다.

지난주에는 강경식 부총리겸 재경원 장관이 직접 각부처 장관들과 내년도
예산안에 관한 협의를 가지는등 유례없는 동결 예산을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재경원은 이를 위해 농정 교육 국방 예산은 물론 공무원 임금도 동결수준
까지 증가율을 끌어내린다는 내부 방침을 세우고 다른 부처와의 일전도
불사한다는 각오까지 피력하는 등 부산한 움직임이었다.

그러나 연말로 예정된 대선을 감안해 예산증가율을 적어도 5% 이상으로
책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권 일각에서 흘러나오면서 상황이 돌변하고 있다.

이와관련 재경원관계자는 "재경원은 내년도 예산을 5% 이내로 하겠다고
발표한 적이 없다"며 "5% 증가율은 부총리가 개인적인 생각을 얘기했던 것에
불과하다"면서 말을 바꾸고 있다.

정부는 당초 국민총생산(GNP)의 5%선인 24조원을 배정하려던 교육투자예산
을 올해수준인 20조7천억원 정도로 줄일 방침이었다.

또 내년에 7조8천여억원을 투자하려던 농어촌구조개선사업도 6조원 수준으로
낮출 예정이었다.

그러나 교육예산과 농어촌예산은 곧바로 표로 직결되는 점을 의식해 대권
에서 고개를 젓고 있는데다 소관부처들도 이에 편승해 사업차질가능성을
지적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재경원은 일단 탄력세인 교통세율을 경유에 대해 30% 인상하는 방법으로
예산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경유에 30%의 탄력세율이 적용되면 리터당 48원인 세금이 62~63원으로
인상된다.

이와함께 공기업주식매각(올해 1조3천5백억원)과 공공자금관리기금예탁(올해
3조8천억원)규모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중이나 관련부처에서 주식시장부담과
공공기금 수익성악화를 우려하고 있어 재경원이 고심하고 있다.

강경식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은 19일 내년도 예산편성계획을 확정,
김영삼대통령에게 보고한뒤 공무원인건비 방위등 주요부문에 대한 편성지침
을 받을 예정이다.

금융기관과 부실기업에 대해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요구하고 있는 정부가
스스로는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 김성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