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홍기아그룹 회장이 18일 펴낸 자서전 "이대로 멈출 수는 없다"
(고려서적간)를 통해 곳곳에서 "삼성과의 악연"을 기술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우선 삼성그룹이 삼성생명을 통해 지난 93년 촉발한 "기아 주식매집"
사건을 "현대판 보쌈놀이"에 비유하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아니하고 주식을 매집해서 쿠데타식으로 회사를
장악하는 기업공략은 자유민주주의의 최대덕목인 도덕과 윤리를 정면으로
무시하는 처사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기아를 두고 벌어졌던 무모한 재벌들의 행태는 경쟁 논리를 무시했거나
잘못 이해하고 적용한 때문이다"

김회장은 또 책 말미에서 지난 76년 기아산업의 아시아자동차 인수와
관련해서 또 한번 삼성을 거론했다.

"박대통령은 당시 삼성그룹 이병철회장에게 이 회사(아시아자동차)를
인수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이회장은 수용하지 않았다.

만약 그때 아시아자동차를 인수했다면 오늘날과 같이 삼성자동차 설립에
따른 잡음이 없었을 것이다"

김회장은 이와함께 기아의 부실이 "문어발식 기업확장"때문이라는 일부
지적에 대해 "기아특수강의 경우 내가 오너 회장이었다면 이를 인수하지
않았을 것이지만 우리나라 기계공업의 백년대계를 위해 떠맡은 것이고
아시아자동차도 회사 내의 절대적인 반대를 무릅쓰고 인수해 오늘날과 같은
기업으로 키웠다"고 주장했다.

< 윤성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