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회장이 기자회견과 함께 해외출장에 나서는등 공식 활동을 적극 재개한
것은 기아내부에서도 논란이 있던 김회장 사표제출 문제가 "불가방침"으로
완전히 굳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김회장은 앞으로 사표를 제출하지 않고 경영일선에서 기아의 자구
노력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이며 채권단이 사표 제출의 댓가로 제시하고
있는 지원도 포기한채 "자력갱생"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다음은 일문 일답.

-임창열 통상산업부 장관등 정부및 정치권 인사와의 회동 여부를 놓고
말이 서로 다르다.

"우리 발표가 맞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원래 굴을 뚫는 원칙과 같다.

양쪽에서 뚫어오다 보면 안맞는 경우가 있다"

-채권단에서 계속해 사표제출을 요구하고 있는데.

"사표라는건 그렇게 중요한게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일의 경중을 가릴 줄 아는 사람이 리더가 되는 것이다.

우리 회사는 지금 비브리오균에 집단으로 식중독이 걸려 있는 상태다.

더러는 링겔을 맞아야 하고 중증에는 메스도 가해야 한다.

다 죽어서 누가 득볼게 있는가.

화타와 같은 명의는 없다고해도 경험을 가장 많은 사람이 고쳐 놓아야 한다.

우선 고치고 나서 그 다음에 잘 잘못을 따져야 한다"

-정부나 또는 이회창 신한국당 대표로부터 언질을 받은 게 있나.

"상식 문제인데 그 분 스피치대로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가 열심히 하면 당도 정부도 도와줄 수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러나 당이 무슨 금융기관도 아닌데 물에 빠진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 아니겠는가.

이런때 당 대표가 와서 종업원들 손 한번 잡는게 정치의 본질이라고 생각
한다.

돈을 주고 안주고가 문제가 아니다"

-구체적으로 정부나 채권단이 무엇을 지원해 줬으면 하나.

"내가 봐도 너무 가혹한 자구계획을 만들어서 전력을 다해 실천하고 있다.

신용을 잃어버린 회사가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굳이
바랜다면 타사와 동일한 신용을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평소처럼 정상적인 금융거래를 터 달라는 얘긴가.

"정상적으로 해달라는 것은 무리다.

먹고 발랑 나가자빠지는 놈이 제일 무서운 놈이다.

우린 그렇게 하지 않겠다.

최선을 다해 이자와 빚을 갚아 채권단에 보답하겠다"

-시중에 회장에 대한 루머가 많은데.

"떠도는 루머 때문에 상당히 신경이 쓰였다.

동업계 사장이 한 채권은행장을 만났더니 "회장이 협력업체를 3개나 가지고
있고 임원들도 하나씩 챙기고 있는데 그런 회사가 과연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고 하더라는 것이다.

기아 노조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세다고 하는데 만약 그런게 있었다면 노조
가 가만 있었겠느냐.

기아의 중역들은 자기 아들을 기아에 입사하지 못하게 한다.

나도 우리 아들이 기아를 들어오겠다고 해서 많이 싸웠었다.

루머를 공공연히 퍼뜨려 파렴치범으로 몰아간다면 이 사회의 장래는 어두운
것이다.

그런 일이 있다면 증거를 대야지 어째서 바람소리만 내느냐.

우리 중역진중에서 누가 별장을 갖고 있었다면 아마 노조가 곡괭이를 들고
와서 때려 부술 것이다.

아니 노조가 아니라 내가 먼저 나가 부술 것이다"

-기아사태 이후 처음으로 해외 출장을 가는데.

"지난번 브라질에서 대통령까지 참석한 아시아자동차 합작공장 준공식이
있었는데 예의로 보나 사업비중으로 보나 꼭 가야 할일인데 못갔다.

물론 내가 잘못해 못가게 된 것이지만 억울하기도 하다.

중국은 가까우니까 가서 인사를 해야한다는 생각에 가는 것이다"

-앞으로 해외 사업들은 직접 챙기겠다는 뜻인가.

"안 챙기면 국가가 손해다.

예컨대 자동차 수출이 잘돼야 과자 수출도 잘되는 거다.

과자는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중요한 것인데 자전거만 나오는 나라 것을
사먹겠는가.

자동차가 바로 그 나라의 신뢰도를 말해주는 것이다"

<윤성민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