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계 자동차업계의 신차 개발 승부처는 NVH다.

자동차의 주행성능이나 편의성은 세계 어느 업체든 기술수준이 고만고만
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는 소음(Noise) 진동(Vibration) 거침(Harshness)을 얼마나
잘 잡았느냐가 소비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자동차 선택기준이 되고 있다.

기아자동차가 준중형 승용차에 세피아 대신 내보내면서 첫날 사상 최대의
계약 기록을 세운 세피아II도 개발의 주안점이 NVH에 집중돼 있다.

이 차 개발을 총지휘한 기아자동차 중앙연구소 김재만 상무가 세피아II에
대해 가장 자랑하는 부분이 "NVH에 경쟁차보다 2배나 많은 개발비를 들였다"
는 것이다.

실제로는 어떨까.

시승차에 올랐다.

시속 1백km까지 무난한 가속성을 보이며 미끄러진 시승차에서는 구형
세피아의 소음을 전혀 느낄수 없다.

1백50km에서도 엔진소음이 전혀 신경쓰이지 않을 정도다.

노이즈는 확실이 잡았다는 것을 금방 느낄수 있다.

아마 경쟁차 가운데 가장 소음이 적다고 느껴진다.

수동변속기 차는 5천rpm에서 소음이 높아지고 고속에서 노면마찰음이 약간
높아지는 정도다.

세피아II는 7겹의 대시보드 패널을 사용하고 4점식 엔진 고정방식(경쟁차는
3점식)으로 소음진동을 크게 줄였다는 회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흡기소음이나 바람소리도 잘 차단되고 있다.

주행안정감도 괜찮다.

크레도스에서 보여준 훌륭한 조향능력이 그대로 세피아II로 이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고속에서의 직진 주행성능만이 아니라 코너링에서의 쏠림현상도 구형
세피아에 비해 월등히 개선됐다.

최고속도(1백87km)에 가까워서도 그다지 불안하지 않다.

동급 첫 가스식 쇼크 업소버는 둔턱이나 코너에서 부드러운 승차감을
느끼게 한다.

다만 1백km를 넘은 뒤의 가속성은 약간 답답하게 느껴진다.

세피아II에서 또하나 칭찬해 주고 싶은게 있다.

동급차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넉넉한 실내공간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기아가 "중형차처럼 기분좋은 차"를 광고 카피로 사용할 정도로 동급차
가운데 가장 넓다.

운전석의 레그룸과 좌우공간, 특히 천장 높이는 무척 여유가 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도어트림 등 일부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실내공간이 넓다는게 모든 것을 해결해주고 있다.

외관도 튀어보이지 않지만 결코 싫증나지 않을 모델이라는 판단이 지배적
이다.

< 김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