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국내은행의 해외신용등급은 어떻게 될까.

아직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최근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와 S&P사의
움직임을 눈여겨보면 심상치않은 조짐을 느낄 수 있다.

이들 기관은 은행뿐만 아니라 현대자동차와 포항제철까지 신용감시대상에
올려 한국주식회사의 신용을 총체적으로 재평가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실례로 무디스사와 S&P사는 이달초 산업 수출입 주택 기업등 4개 국책은행
의 현행 신용등급이 "네거티브(부정적)"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이는 신용등급을 떨어뜨리겠다는 의사를 나타낸 것에 다름아니다.

특히 이들 은행이 국책은행이라는 점에서 신용등급하락이 현실화될 경우
그 여파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앞서 지난달말 S&P사는 제일 한일 외환 신한 장기신용등 5개국내은행을
감시대상에 포함시켰다고 발표한 바있다.

결국 국제신용평가기관의 공식적인 감시대상에 오른 은행은 모두 9개.

그러나 이들 기관은 앞으로 국내 모든 은행들을 대상으로 신용재평가
작업을 벌일 예정이어서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기존등급이 낮은 일부은행의 경우 신용등급이 1단계라도
떨어지면 당장 해외지점의 영업활동에 타격을 받게될 전망이다.

예를 들어 해외에서 수출.수입대금회수에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해 국내
은행이 발행한 신용장을 기피하고 다른 형태의 보증을 요구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나아가 국내금융기관뿐만 아니라 국가신용도자체를 하향조정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재경원이 그동안의 방침을 바꿔 뒤늦게 제일은행을 지원하겠다고 나선
이유에는 이같은 상황을 우려한 측면이 강하다.

부실금융기관의 대표자격인 제일이 정부의 지원으로 신용등급하락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