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기아그룹 및 협력업체와 관련 금융기관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당초의 입장을 수정, 부작용최소화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이에따라 제일은행에는 강력한 자구노력을 전제로 한국은행 특융 및 증자,
지급보증 등을 통해 긴급지원키로 했으며 협력업체에는 3천5백억원의 총액
한도대출자금을 추가로 공급키로 했다.

재정경제원 정의동 대변인은 13일 "잇따른 기업부도와 관련해 금융시장이
불안해 지고 금융기관의 대외신인도가 크게 떨어지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정부로서는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동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일은행에 대해서는 한은 특융 제공, 증자, 지급보증, 평가손적립비율
하향 조정 등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강력한 감량경영 등 제일은행의 강도높은 자구계획이 정부 지원의
전제 조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대변인은 "최근 국제신용평가 기관인 S&P 관계자들이 재경원을 방문,
제일은행의 신용등급이 현재보다 한단계만 떨어지면 장기채권발행이 불가능
해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었다"며 "정부로서도 제일은행의 신용
등급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제일은행을 포함, 기아그룹에 대한 대출금이 많은 한일 신한 외환
장기신용은행 등도 감시대상(워치리스트)에 올라있어 상황에 따라 신용
등급이 하향조정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재경원은 제일은행에 대해 강도 높은 자구노력 이행을 촉구한뒤 금통위와
협의, 특융지원에 따른 통화가치 안정 등 문제점 해소 대책 등을 논의하며
국회로부터 동의를 받는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재경원은 이와함께 증권당국 명령을 통해 제일은행의 특별 증자를 추진
하며 제일은행이 해외에서 차입할 경우 정부 또는 국책은행을 통해 원리금
상환을 보증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한편 한국은행도 당초의 방침을 바꿔 기아협력업체에 자금을 지원하는
은행들에 대해 3천5백억원의 총액한도대출을 추가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중
이다.

이 자금은 기아협력업체에 대한 지원자금의 50%만큼 배분돼 실제로는
7천억원의 지원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의 총액한도대출은 연5%의 저리로 지원되기 때문에 은행들로선 별다른
부담없이 기아협력업체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

한은관계자는 "정책자금의 폐지추세와 다른 기업에 대한 형평성 등으로
인해 지난 12일 열린 제3차 기아실무대책회의 때까지도 총액한도대출의
추가공급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었으나 기아협력업체의 자금사정이 점점
악화되고 있는 점을 인정, 총액한도대출을 늘리는 방안을 마련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은은 총 3조6천억원까지 총액한도대출을 운용할 수 있으나
실제로는 3조2천5백억원가량 운용하고 있어 금융통화운영위원회 허락없이
3천5백억원을 추가 공급할 수 있다.

< 최승욱.하영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