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원의 경영자화".

김동길(59) 경인양행 회장이 올들어 설정한 경영방침이다.

기계가 곧 노무자이고 생산근로자를 포함한 전직원은 경영자가 돼야 한다는
지침이다.

사원들이 맡은 일을 최후 관리자의 입장에서 온 정성으로 처리하고 상하
허물없이 협력하라는 뜻이 내포돼 있다.

그러면서 김회장 자신은 "영원한 연구인"이기를 고수한다.

26년간 오로지 염료 한가지에만 매달려온 김회장은 앞으로도 개발현장에서
삶의 보람을 찾겠다는 각오이다.

"오늘은 연구, 내일은 개발, 모레는 품질관리"를 외치면서 개발.생산
근로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지난 71년 경인양행의 전신인 신오화학을 창업, 오늘날 아시아에서도
손꼽히는 염료메이커로 성장시킨 것은 바로 오너의 끊임없는 연구열에서
비롯됐다.

김회장은 서울대 대학원 화학과를 졸업하고 몇년간 교직생활을 하다 33세에
창업했다.

초창기부터 스스로 연구원임을 자처하며 기술진들과 머리를 맞대고 밤새워
연구실험에 몰두하곤 했다.

70년대 기초기술의 기반이 닦이자 80년대 들어선 굵직한 결실이 생겨났다.

83년 세계 최초로 "시노졸블랙HF-GR"이라는 이종이관능형 반응성 흑색염료를
개발, 특허를 획득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 제품은 밤새워 생산해도 주문을 충당할수 없을 정도로 수요가 폭발적
이었고 국산염료의 해외진출을 가능케한 돌파구가 됐다"고 김회장은 회고
했다.

최근에는 독성이 없는 환경친화형 고부가가치 염료를 다수 개발해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또 신섬유용 염료개발 등 수많은 프로젝트가 김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추진
중에 있다.

이러한 연구개발력은 곧 한국 염료산업의 자존심이었다.

우습게 보던 선진 굴지의 메이커들이 기술 품질에서 대등해진 경인과
경쟁하기 보다 협력키 위해 제휴의 손길을 뻗치기에 이르렀다.

이에 경인은 최근 일본굴지의 염료메이커인 스미토모화학과 염료생산 기술
등 전반에 걸쳐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유럽 대형 메이커들과 당당히 경쟁할수 있게 되자 스위스 독일 등 염료
선진국의 기업들도 전략적제휴를 희망해오고 있다.

이와함께 경인은 미국과 터키에 각각 현지 합작투자법인을 설립, 유럽과
북미시장을 본격 공략하기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올해 매출 8백억원(계획)중 63%정도인 5천6백만달러(5백억원)어치를 해외
수출에서 거둔다는 계획.

국내 대부분 염료업체들이 경기침체에 빠진 것과는 달리 경인은 20% 이상의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김회장은 몸소 발로 뛰며 해외시장을 개척하는데도 남다른 열정을 보이고
있다.

기술첩보원이라 불릴 만큼 세계 염료시장을 누비며 고급 기술및 시장정보를
입수하는데 탁월하다고 측근들은 말한다.

전사원의 경영자화를 위한 전사적 노력의 결과 사원들의 주인의식과
책임감이 그전보다 훨씬 강해졌다고 김회장은 평가하고 있다.

그에 따른 경영성과의 몫은 마땅히 사원과 주주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김회장의 생각이다.

< 문병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