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고끝에 마련된 중앙은행제도개편안이 또다시 막판 수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초부터 예상됐던 일이지만 법제처가 최근 재정경제원및 한은관계자들을
불러 중앙은행제도개편안을 심의한 결과 위헌소지가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직원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강경식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 이경식 한국은행총재, 김인호 경제수석, 박성용
금융개혁위원장등 4인이 합의하고 경제원로들의 권고를 받아들여 한차례
수정하는등 어렵게 만들어진 정부최종안이지만 위헌소지가 있는 부분을
어떻게든지 수정할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재경원은 수정절차와 방법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법제관들이 지적한 골자는 국가의 행정권한인 통화신용정책을 정부가 관여
하지 않는 공법인에 그냥 배분할수 없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정부권한을 위임받은 공법인이 독자적으로 정관을 개정토록 하는
경우 한전 등 다른 공기업에 대한 정부의 통제도 불가능해진다는 것.

또 정부가 재의를 요구한 사항을 중앙은행 내부기구인 금통위가 최종
결정토록 한 것도 위헌가능성이 있는 내용이다.

중앙은행이 정부부처로부터 독립될수는 있지만 대통령으로부터까지 독립될
수는 없다는게 법제처의 지적이다.

재경원은 이에따라 <>개편안에서는 금통위의결 사항에 대해 재경원이
재의를 요구한 경우 금통위가 최종결정토록 했으나 이를 현행처럼 대통령이
최종결정토록 하고 <>한은의 정관변경시 재경원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시킬 것을 검토중이다.

그러나 4자가 합의해서 만든 정부안을 정부가 다시 번복하기 어려운데다
한은직원등의 반발을 불러 일으킬수도 있다는 점이 재경원의 고민거리다.

재경원은 일단 정부안을 법제처의 이견을 첨부해 국무회의와 국회에 상정
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방식으로 수정되든지 정부의 정책신뢰성이 훼손되는 것은
피할수 없게 됐다.

한편 금통위는 7일 회의를 열고 정부가 마련한 중앙은행법 개정안의 보완을
요구하는 답신을 작성했다.

위원들은 특히 통화신용정책에 있어서 중앙은행과 재경원간 협의를 정례화한
것은 중앙은행의 중립성을 해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은행의 명칭을 한국중앙은행으로 바꾼 것에 대해서도 대부분 반대
했다.

< 김성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