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경.

의류도매상들이 밀집해 있는 동대문시장은 열대야를 피해 옷을 사러나온
심야 쇼핑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특히 디자이너클럽 아트프라자 팀204 우노꼬레등 현대식상가는 북적대는
일반 소비자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같은시간 남대문시장의 상황도 마찬가지이다.

지방 의류소매상들의 쇼핑편의를 위해 개설된 동대문과 남대문의 심야시장
의 주고객이 바뀌고 있다.

관광버스를 타고 상경하던 지방소매상들의 모습이 눈에 띄게 줄고 그
자리를 일반소비자들이 채워가고 있는 것.

디자이너클럽 5층의 이영만씨는 "요즈음에는 옷을 사가는 사람 열중 아홉
이 일반소비자"라고 말했다.

주부등 알뜰쇼핑족 외에 신세대들이 몰리는 것도 달라지고 있는 재래시장
풍경의 하나.

젊은층이 많이 몰리면서 동대문시장내 현대식상가들은 신세대의 새로운
쇼핑명소로 떠올랐다.

지난 1일 동대문시장으로 옷을 사러 나왔던 김숙영씨(22)는 "한달에 한두번
정도는 들른다"며 "옷이 싸고 멋있는데다 유행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동대문이나 남대문시장에 파는 옷은 디자인 교체가 엄청나게 빠르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디자인이 선을 보인다.

원단도 유명브랜드 옷들에 비해 손색이 없다고 시장관계자들은 주장한다.

더구나 수백개의 점포가 서로 다른 독자브랜드를 내놓고 있어 약간의
발품만 팔면 최신 패션잡지에나 등장하는 옷도 손쉽게 구할수 있다.

동대문이나 남대시장에서 파는 옷의 가장 큰 특징은 뭐니뭐니해도 값이
싸다는데 있다.

청바지 1만5천-2만원, 반바지 반팔티셔츠 남방 등은 1만5천-2만원이면
구입할수 있다.

여성용 원피스 투피스 등은 1만5천-3만원, 남성정장은 7만5천-8만원선으로
일반 옷가게의 절반정도에 불과하다.

매장분위기도 바뀌었다.

대부분의 점포들이 신세대취향에 맞춰 신나는 음악이 틀어주거나 샘플을
입은 늘씬한 아가씨들을 입구에 내세워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불과 2년전만해도 일반소비자들에게는 물건을 팔지 않거나 팔이도 값을
비싸게 받기 일쑤여서 일반소비자들은 지방소매상인을 가장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우노꼬레의 한 상인은 "일반소비자들이 늘어나 소매고객을 보고 장사를 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며 "얼마전까지 공공연하게 이루어졌던 가격차별도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동대문과 남대문의 시장 상인들은 일반 소비자들이 몰려 북적대는 것을
크게 반기는 기색은 아니다.

지방 소매고객들이 한번에 다량 구입하는데 비해 일반 소비자들은 기껏해야
1-2벌 구입하는 것이 고작이기 때문이다.

팀204의 한 상인은 "일반 소비자들의 경우 이옷 저옷 맞춰보고 도매가격으로
불러도 으레 깎으려 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의류 소매상들이 발길이 줄어 할 수없이 일반 소비자를 받지만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게 상인들의 한결같은 목소리이다.

의류상가가 도매기능을 상실하면 의류 소매상 또한 줄어들게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소매행위 중단을 요구하는 의류 소매상들의 요구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동대문시장 남성복상가인 버클리의 경우 철저히 회원제로 운영, 일반
소비자들에 대한 판매를 아예 금지하고 있다.

아트프라자 상우회 장성문회장은 "상가들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본래의
도매기능을 되찾는 길뿐"이라며 "상가 개장시간을 늦추는등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남대문 동대문등 재래시장이 도매기능을 강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의류 전문점등이 속속 지방에 출점하는 등 유통환경이 급격히 변하고 있어
재래시장의 소매기능이 갈수록 더 확대될 것으로 시장 관계자들은 전망한다.

<손성태 기자>

<<< 새벽시장 쇼핑법 >>>

1. 일반 소비자에 대해서는 대부분 반품을 사절하기 때문에 특히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바느질 상태도 확인하는게 좋다.

2. 쇼핑객이 붐벼 옷을 직접 입어볼 수는 없는데다 표시된 사이즈와
실제크기가 다른 경우가 종종 있다.

따라서 옷을 몸에 맞춰 봐야 한다.

점포주인에게 적당한 사이즈를 골라 달라고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3. 점포마다 독자브랜드를 갖고 있어 취향에 맞는 옷 들은 얼마든지 있다.

시간을 넉넉히 잡고 이곳저곳을 둘러본 뒤 사야 후회하지 않는다.

한 상가에 수백개의 점포가 들어있기 때문에 한 상가만 돌아봐도 충분하다.

4. 상가주변의 노점상물건은 가급적 피하라.

상가에서 재고처분한게 대부분인데다 공장에서 하자가 발견된 제품도 종종
흘러든다.

5. 새벽시장 쇼핑은 살 것을 정해 두었다가 한꺼번에 하는 것이 유리하다.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격도 할인받을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