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그룹이 자구계획의 일환으로 처분하는 부동산 매각대금이 모두 채권단
으로 회수되고 있어 기아의 회생에 암초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기아의 주력사업이 수출과 내수판매 대부분이 외상거래로 이뤄지는
자동차사업으로 현금확보가 어렵다는 점에서 채권단의 이같은 조치는 기아의
돈줄 죄기가 아니냐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5일 기아그룹에 따르면 기아의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은 기아자동차와
아시아자동차 등 기아의 핵심 계열사들이 자구계획의 일환으로 처분하는
부동산 매각대금을 제일은행의 특별계좌를 통해 모두 회수하고 있다.

제일은행은 특히 자사의 담보권이 설정돼 있는 부동산은 물론 담보권이
설정돼 있지 않은 부동산에 대해서도 매각대금을 같은 식으로 회수하고 있어
부동산 매각대금으로 운영자금을 조달하려던 기아그룹의 자구계획에 차질을
빚게 하고 있다.

채권단의 이같은 조치에 대해 업계에서는 채권단이 기아의 돈줄을 죄어
부도유예기간에 김선홍 회장 등 현 경영진을 퇴진시키기 위한 전략이 아니냐
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아그룹은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별도의 대책을 강구키로 하는
등 자금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기아는 당초 자구계획의 일환으로 3조1천억원의 부동산을 매각, 그룹의
운영자금 등으로 활용한다는 계획 아래 1차로 지난달 31일 부동산 매각
설명회를 갖고 66건의 부동산 매각에 나섰다.

한편 기아가 내놓은 부동산 가운데 기아자동차 영업소 건물은 대부분 매각
협상이 완료단계에 놓인 상태이고 기아자동차 여의도 사옥 신관과 시흥공장
부지, 기산의 여의도 사옥부지 등도 매각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이성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