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이나 연기됐다가 4일 속개된 기아그룹 채권금융단 대표자회의는 매우
신속하게 진행됐다.

기아측이 수정 제시한 자구책을 검토하기 위해 이날 오전 회동한 주요
은행장들이 "부도유예, 긴급자금 지원불가"로 사전조율을 마쳤기 때문이다.

회의에서 오간 얘기를 지상 중계한다.

<> 류시열 제일은행장 =기아측은 부동산 매각과 관련해 성업공사 매각위탁
에도 동의한다고 통보, 우리의 요구를 수락했다.

기아특수강 기산매각때의 보증채무 문제는 강력한 자구계획을 통해 해결
하고 전환사채는 무조건 은행단 동의를 받아 발행하겠다는 각서를 각각 냈다.

인원감축등에 대한 노조동의서는 제3자 인수나 최고경영진 교체때는 무효
라는 조건부로 보내 왔다.

조건없는 책임경영각서를 요구한 것은 정상화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강력한 자구노력이 있어야 된다는 의미였다.

주요 은행장들과 사전(이날 오전)협의한 결과 조건부 동의서는 곤란하다고
의견일치를 봤다.

이 경우 처리방법은 두가지다.

부도유예협약을 적용하지 않을 것인가, 아니면 경제여건을 감안해 정상
절차는 밟되 긴급자금지원은 유보하느냐이다.

<> 표순기 서울은행전무 =기아그룹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 채권건전성
유지등의 이유로 신중을 기해 왔다.

그러나 무조건 미룰 수는 없다.

당초 논의대로 조건없는 자구책제출을 전제로 유예기간을 정하고 필요하면
자금지원등을 논의하자.

<> 장철훈 조흥은행장 =조건부 동의는 수용할 수 없다.

2개 사안에 대해 기아측이 "무조건"으로 바꾸어 제출하는 조건에 협약대상
으로 설정하는 수순을 밟자.

<> 김성인 제주은행장 =조치는 형평성이 중요하다.

진로 대농은 첫회의때 주거래은행이 경영권 포기각서를 받겠다고 했지만
그렇지 못해 긴급자금지원이나 협조융자가 안됐다.

지금 "채권은행단이 꿍꿍이가 있다" "대기업과 연계됐다"는 설도 있다.

제도취지나 진로 대농의 사례를 감안해 2개월후 자구노력이 됐는지를
판정해 처리하자.

유예는 인정하되 자금은 지원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내자.

<> 김영태 산업은행총재 =각서가 만족스러운 수준이 못돼 이제껏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기아그룹에 자금이 안나가면 협력회사 지원문제가 또 거론된다.

협력업체 지원문제는 기아그룹 책임임을 채권단이 요구해야 한다.

<> 류 제일은행장 =기아가 조건을 이행하지 않아 자금지원이 안되는 만큼
하청업체들이 납품대전을 찾지 못해 생기는 모든 문제는 기아책임이라는
점을 김총재가 강조한 것으로 이해하겠다.

일단 2개월 유예하는 안을 상정하겠다.

(가결 이후 <>3자인수를 강구할 필요가 있을때는 전체 대표자회의를 열어
별도로 결정하고 <>그룹최고경영자 해당임원 대표이사등의 완벽한 책임경영
각서와 노동조합의 무조건적인 동의서가 제출돼야 자금을 지원하는 등의
안건도 가결됨으로써 이날의 그룹 대표자회의는 40여분만에 종료됐다)

< 박기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