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산업부가 4일 발표한 2백개 주요 제조업체의 상반기 설비투자 실적및
하반기 설비투자계획을 보면 기업들의 투자의욕이 극도로 위축되고 있음이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연관산업으로의 파급효과가 크고 투자규모가 상대적으로 많은 자동차
조선 철강 반도체분야에서 설비투자가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조사돼
중소기업의 설비투자도 덩달아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제조업체의 설비투자는 조사기관에 따라 다소간의 수치차이는 있지만
추이는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93년을 기점으로 상승곡선을 긋던 설비투자추이는 94년부터 둔화되기
시작, 작년부터는 수직으로 꺾였다.

한보사태에 이어 대기업들의 부도여파로 기업들의 투자마인드가 움츠러
들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물론 지난해 하반기에 대규모 설비투자가 이루어진 탓도 있지만 경기회복이
늦어지면서 투자분위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게 주요인이다.

<> 하반기 업종별 투자전망 =조선 화섬 방적 반도체 철강 자동차 분야의
설비투자는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줄어들고 정밀화학 일반기계 정보통신기기
가전분야의 설비투자는 늘어날 것으로 조사됐다.

자동차는 내수시장의 수요확대 불투명으로 전년대비 14.4%, 조선은 도크
건설 완료에 따른 설비능력증대및 투자감소 지속으로 38.5%, 반도체는 경기
부진으로 24.6%정도 설비투자가 줄어들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고부가가치 제품생산을 위한 생산능력설비를 확충하고 있는 정밀화학
(1백30%)및 신규통신서비스로 장비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정보통신
기기(27.7%)분야 등의 설비투자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 투자동기 =하반기에는 생산력 증대를 위한 설비투자가 전년동기대비 13%
감소할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연구개발(30.1%) 공해방지(67.7%) 합리화(3.2%)분야에 대한 투자는
늘릴 것으로 분석됐다.

일반적으로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생산설비투자를 기피하는 대신 기초
다지기에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 재원조달및 애로사항 =설비투자를 위한 재원조달은 외부자금보다 자체
자금비중이 확대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 상반기의 외부자금비중은 80.4%에 달했으나 하반기에는 69.8%로 줄어들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들은 설비투자를 하는데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높은 금융비용을 꼽았다.

또 고임금및 인력난 행정규제 입지부족 물류비용부담도 설비투자의 장애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 김호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