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사태에 포드는 어떤 변수인가.

기아의 3자 인수설이 나돌면서 포드의 역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포드가 갖고 있는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하려 한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포드 지분의 향방에 재계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포드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포드가 기아자동차에 갖고 있는 지분은 9.39%.

여기에 포드가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는 마쓰다가 갖고 있는 지분을 합치면
모두 16.91%다.

기아임직원들이 갖고 있는 지분 14.19%를 훨씬 능가하는 실질적인 대주주다.

따라서 포드가 움직이면 기아그룹이 움직이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최근 포드의 기아담당 임원이자 기아자동차 비상임이사인 폴 드렌카우
이사가 한국을 방문하자 기아가 3자에 인수된다는 소문이 돈 것도 이 때문
이다.

그러나 포드의 입장은 아직 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드렌카우이사가 기아그룹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을 방문하고 다른 기업
관계자들과 접촉을 가졌다는 소문은 있지만 대부분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다.

드렌카우이사를 직접 만난 오민부 기아그룹 기조실 전무는 "드렌카우이사가
포드는 기아의 고객(Customer)으로 남는 것을 가장 원한다고 말했다"고
전한다.

전적으로 기아 말만 믿을수는 없는 일이지만 포드는 당장 기아가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경우 큰 타격을 받는다는 점에서 일단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포드는 기아에서 자동차를 받아가고 있다.

포드의 엔트리카(자동차를 처음 소유하는 사람들이 사는 소형승용차)역할을
하고 있는 아스파이어다.

국내에서 아벨라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이 차는 지난6월 북미지역 수출이
계약대로 종료된 상태이지만 북미 유럽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는 포드
브랜드로 납품되고 있다.

따라서 기아 공장이 정지되거나 3자에게 넘어가 한동안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 포드는 그 기간동안 자동차판매에 가장 중요한 엔트리카를 잃게 되는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더욱이 포드는 현재 개발중인 소형승용차의 개발일정이 1년6개월가량
늦어지고 있어 기아로부터 다시 북미시장용 소형승용차를 납품받는 것을
검토중이다.

기아가 99년 내놓을 B-III가 그 대상이다.

기아의 혼란은 포드상품계획에도 타격을 주는 셈이다.

포드가 만약 기아의 지분을 팔아버리려 해도 여기에는 제도적인 걸림돌이
있다.

기아는 포드와 합작계약을 체결하면서 포드가 지분을 매각할 경우 <>우선적
으로 기아에 매각한다 <>기아가 지분을 넘겨받지 못할 경우 기아가 정한
제3자에게 매각해야 한다는 옵션을 달아놓았다.

물론 이 옵션이 법적으로 유효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포드가 이 옵션을 쉽게 어기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기아의 판단
이다.

내부유보만도 20억달러에 달하는 거대기업 포드가 한국내에서의 조그만
이익 때문에 계약을 위반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옵션은 기아가 경영권 포기각서를 제출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영권 포기각서를 제출한 뒤 실제로 현 경영진이 퇴직하게 되는 경우
계약당사자인 "기아"의 주체는 채권단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선홍회장과 포드간의 깊은 유대관계도 신뢰를 중시하는 미국기업의
급작스런 변화를 생각하기 어렵다.

김회장은 포드의 트로트만회장은 물론 차기 회장감으로 꼽히는 부커부회장
과 개인적으로 매우 친하다.

김회장이 1일 채권단회의에서 "포드와는 형제같은 관계여서 지분을 다른
곳에 팔 것이라는 염려는 하지 말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한 것도 그런 배경
에서다.

물론 포드가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지분을 팔수도 있다.

그러나 그 시기는 기아의 현 경영진이 모두 퇴진했을 경우나 기아가 부도를
내고 좌초한 이후다.

< 김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