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그룹 채권단회의가 연기를 거듭하면서 협력업체들의 부도사태가 줄을
잇고 있다.

3일 기아그룹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아정기의 협력업체인 천우기업과
기아특수강의 협력업체인 국제정공이 부도를 내고 쓰러진데 이어 2일에도
아시아자동차의 협력사인 (주)일흥이 부도를 냈다.

이에따라 기아사태 이후 부도를 낸 부품업체는 모두 9개사로 늘어났다.

이밖에 아시아협력사인 와이어하니스 납품업체 K사와 알루미늄 소재업체
D사가 1차 부도를 내는등 거의 모든 협력업체의 자금난이 한계상황에 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채권단회의가 난항을 보이면서 기아그룹에 대한 긴급자금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협력업체들의 부도사태는 계속될 전망이다.

더욱이 채권단은 기아그룹이 경영권포기각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부도를
유예해 준다해도 자금지원은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어서 이달 중순께면 협력
업체의 도미노 부도 현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렇게 될 경우 협력업체는 물론 기아자동차나 아시아자동차의 생산라인도
정상가동이 어려워진다.

기아자동차 구매본부장 신영철전무는 "기아 협력사의 부도는 기아만의 문제
가 아니다"며 "안산에 소재한 중소기업의 50% 이상이 기아협력사인 만큼 지방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품업체는 부도가 나면 회생이 거의 불가능하다"며 "협력업체들
의 부도를 막을 정부의 자금지원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협력업체의 자금난은 부도위기뿐만 아니라 근로자들에게도 심각한 타격을
미치고 있어 현재 절반이 넘는 업체들이 근로자들에게 7월치 임금을 지급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김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