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특수강을 현대 대우 기아 등 완성차 3사가 공동경영키로 한 시점에서
열린 이날 전경련 회장단회의는 기아그룹과 관련된 재계의 입장표명이 있지
않을까가 최대의 관심거리였다.

특히 당사자인 정세영 현대자동차명예회장과 김우중 대우그룹회장은 회의
직전 기자들의 질문공세에 시달렸다.

정명예회장은 "기아특수강과 관련된 얘기는 않기로 했다"며 기자들을 피해
빠른 걸음으로 회의장에 들어갔다.

김회장은 "협력해서 잘 살아아야 되는 것 아니냐"며 "(기아특수강 건은)
김태구 대우자동차 회장이 알아서 하고 있어 나는 잘 모른다"고 답했다.

이날 회의에서 회장단들은 회의안건외에는 주로 금융시장의 불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모회장이 "기아그룹 식으로 어음이 돌아오면 우리나라에서 안망하는
기업이 없다"고 말했을 뿐 기아그룹과 관련된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고
한다.

A회장은 "외국보다 2배 이상 높은 금리를 내면서 여태까지 살아남은
것만도 용하다"고 했고 B회장은 "이번의 금융시스템 불안이 고금리구조를
고착시키는 것 아니냐"고 우려를 나타냈다.

C회장은 "외국에 나가 있는 우리 은행들도 신인도가 추락해 하루살이로
자금을 조달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고 해외부문을 언급했고 D회장도
이에 "안(국내)에서 느끼는 것 보다 밖(외국)에서 보는 것이 더 심각하다"고
출장경험을 전했다.

이밖에 대부분의 회장들은 "기업의 자금조달원이 국내에서뿐 아니라 해외
에서도 말라가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가다간 기업뿐 아니라 은행도
망한다"는 요지의 발언을 앞다퉈 하는 등 무거운 분위기였다는게 참석자의
전언이다.

< 권영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