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사태가 해법을 찾지 못한채 표류하고 있다.

회생과 제3자인수, 분할매각 등 방법론만 구구하다.

외국 전문가가 세계적인 시각에서 보는 기아의 문제점과 해법은 무엇일까.

GM, 벤츠, 피아트, 볼보, 사브 등 세계 굴지의 자동차업체들을 컨설팅
했던 조지오 모이제(45) 앤더슨 컨설팅 전략서비스그룹 디렉터는 "기아
회생을 위한 7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자동차 관련 컨설팅 프로젝트를 맡아 지난 2월부터 국내에 머물고
있다.

첫째, "포드와의 연대 강화".

포드는 기아의 최대 주주다.

따라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업체인 포드의 노하우를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

포드와의 협력방안으로서는 우선 차체와 부품의 공유화를 제안할수 있다.

생산시설, 엔지니어링 기술을 함께 쓰는 방안도 바람직 하다.

전세계 판매망을 공동 활용하는 것도 고려해 볼수 있다.

포드와 마쓰다의 자동차 디자인을 약간만 수정해기아 브랜드로 파는
방법도 있다.

고객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제품을 내놓지 못한다는 것이 기아의
문제점중 하나다.

그러나 새 모델을 개발하는데는 4년이나 걸린다.

비용도 엄청나다.

따라서 단시일안에 적은 돈으로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최대주주인 포드, 마쓰다와의 관계를 이용할수 있다.

둘째 "관리직 (white collar)의 생산성 향상".

감원이든, 인원재배치든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현재보다 최소한
2배정도는 효율을 높여야 한다.

셋째 "판매망의 합리화".

현재 영업소중에는 경쟁력 없는 곳이 너무 많다.

실적이 좋은 영업소를 중심으로 합리화 해야 한다.

이와관련, 효율적인 신 판매방식을 모색하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해 자동차를 구입하는 전자상거래 (Electronic
Commerce)가 신 판매기법으로 부상하고 있다.

대형 디스카운트 스토어에서 자동차를 파는 방식도 일부 선진국에서
시험되고 있다.

이런 새로운 판매기법을 찾아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넷째, "다이렉트 마케팅의 강화".

기아를 포함해 한국자동차 업체들은 광고에 너무 많은 돈을 쓴다.

광고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다.

그중에는 구매력이 없는 사람들도 많다.

따라서 소득수준에 따라 구매잠재력이 높은 고객들을 선별한뒤 이들을
중심으로 직접 판촉을 벌여야 한다.

다섯째 "제품이미지 제고".

해외시장에서 기아를 포함한 한국차의 이미지는 좋지 않다.

대부분은 존재자체를 잘 모른다.

아는 사람들도 값싼 자동차란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제품자체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법이
있다.

대체로 한국차의 성능은 좋은 편이다.

문제는 보디 스타일링과 디자인이다.

국제적인 자동차경주에 참가하는 것도 이미지를 높이는데는 큰 도움이
된다.

도요타나 미쓰비시 등 일본차들이 이런 방법을 통해 이미지업에 성공한
대표적인 예다.

여섯째 "고객지향적 제품혁신".

자동차는 냉장고나 TV와 마찬가지로 소비재다.

그런만큼 고객들의 입맛을 간파해 거기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내야 한다.

제품 다양화를 통한 틈새시장 공략도 중요하다.

이런 면에서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특히 한국의 젊은층은 엄청난 구매 잠재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한국차들은 4도어에 세단형 일색이다.

엘란같은 스포츠카도 최근 나왔지만 가격이 너무 비싼게 흠이다.

좀더 싸고 젊은층의 취향에 맞는 차를 개발해서 새로운 브랜드를 붙이는
것도 방법이 될수 있다.

일곱째 "경영진 문책".

기업을 부실화시킨 기존 경영진들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대로 두고서는 조직을 쇄신하기 힘들다.

< 노혜령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