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씨는 상가건물을 신축할 목적으로 박모씨로부터 땅1백20평을 사기로
하고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김씨는 중도금을 치르고 소유권 이전등기까지 마친후 건물을 짓기 직전
뜻하지 않은 난관에 부닥쳤다.

이 땅중 20평이 도시계획상 도로에 해당돼 건축허가가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발견한 것이다.

김씨는 계약을 취소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박씨에게 매매대금 전부를 돌려
달라고 요구했다.

박씨는 단호히 거절했다.

매매계약 체결당시 김씨가 이 땅을 건물을 짓기 위해 산다는 의사를 표시
하지 않았고 따라서 건축허가가 날수 있는지에 대해 자신은 아무 책임이
없다는게 이유였다.

더구나 이미 소유권 이전등기까지 마친 상태이기에 계약무효는 있을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박씨를 상대로 매매대금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김씨는 과연 매매대금을 돌려받을수 있을까?

이 사건과 유사한 대법원 판례가 있다.

토지매매계약체결 당시 매수인의 땅이 시가지 계획선에 포함되지 않느냐며
염려하자 매도인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확인해줬다.

더우기 이 매도인은 계약서에 이와관련된 사항을 기재할 필요조차 없다고
단언했다.

매수인은 매도인의 말만 믿고 안심하고 계약을 체결했으나 이 토지는
시가지 계획선에 포함돼 있었다.

대법원은 이 경우 매수인은 토지가 시가지 계획선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게 된데 대해 아무과실이 없다고 보고 토지매매계약을 취소할수
있다고 판결했다.

결국 대법원 판례에서는 매수인에게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땅을 사려는 사람은 대부분 부동산 등기부의 열람뿐 아니라 직접 현장에
가서 토지가 도시계획상 도로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조사한다고 법원은 보고
있다.

만약 김씨가 매매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현장을 답사했는데도 1백20평의
대지중 20평이나 도로로 사용되고 있는 사실을 간과했다면 김씨에게는
이런 하자를 발견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김씨가 매매계약을 체결할때 등기부열람 현장답사 등에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지, 땅을 파는 입장인 박씨는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등에 의해
계약취소 가능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 이심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