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유예협약이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금융기관중 부도유예협약의 적용을 받지 않는 리스 할부금융 보험 파이낸스
등 제3금융권에서 어음을 돌리기 시작, 정상화대상 기업까지 부도위기로
몰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진로 대농 기아등 3개 계열에 대한 제3금융권의 여신잔액은 공식적
으로 1조2천억여원으로 집계되고 있으나 실제 규모는 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29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부도유예협약 적용이 끝난 (주)진로는
28일 87억원의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1차부도를 냈다.

이 어음은 동화리스에서 보유하던 것으로 농협 서울 조흥은행등에 교환이
돌려졌지만 진로는 예금잔고부족으로 이를 막지 못했다.

물론 29일 동화리스가 어음결제를 연장해 주긴 했으나 언제 다시 어음이
교환에 회부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같은 양상은 그동안 부도유예협약에 따라 보유어음교환을 미뤄 왔던
제3금융기간들이 진로그룹의 부도유예협약 해제와 동시에 어음을 돌리고
있는데서 비롯되고 있다.

현재 진로계열의 제3금융권에 대한 여신규모는 3천2백억여원으로 <>보험사
1천6백억원 <>리스사 1천5백억원 등이다.

이에따라 선별정상화 대상기업에 포함된 (주)진로등 4개 계열사는 은행과
종금사의 지원에 상관없이 최종 부도처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제3금융권은 특히 현재 부도유예협약이 진행중인 대농과 기아계열에
대해서도 수천억원대의 여신을 갖고있어 향후 선별기업 정상화에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들의 어음교환요구를 막을만한 명분과 제도적 장치가
없다.

부도유예협약은 은행과 종금사간 협약이고 제3금융권을 다시 끌어들이자니
여러모로 여의치 않은게 사실이다.

실제로 지난 28일 강경식 경제부총리와 금융기관장 간담회에서 일부
은행장들이 부도유예협약 대상금융기관을 확대해 달라는 건의를 하기도
했으나 긍정적인 반응을 얻지 못했다.

따라서 은행과 종금사들이 (주)진로 (주)대농 기아자동차등 그룹내 주력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선별정상화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제3금융권의 부채를
해결하지 못하면 모든 것이 "도로아미타불"이다.

그렇다고 두달이상의 부도유예조치를 취해 주며 다양한 금융지원을 마다하지
않고 있는 은행들이 대신 결제해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상황을 간파한 은행들은 뒤늦게 진로로 하여금 제3금융권에 대한
설득에 나서줄 것을 강하게 주문하고 있으나 전망은 극히 불투명하다.

제3금융권의 속성상 여러가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오히려 부도유예협약으로 인해 자신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은 관계자는 이와관련, "선별정상화 절차를 밟고 있는 기업들이
제3금융권에 의해 부도가 날 경우 부도유예협약의 당초 취지는 사라지고
말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일훈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