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구노력없이 지원없다"

기아그룹 채권금융기관들의 한결같은 입장이다.

채권금융기관들은 오는 30일 열리는 기아그룹 채권단회의에서 기아그룹에
대해 시한부 자구노력을 전제로 자금지원에 나설 뜻을 분명히 할 계획이다.

향후 기아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선별정상화도 조속한 자구완료를 선결요건
으로 하고 있다.

채권단은 지난 22일 1천6백억원의 긴급자금지원을 결정하면서 기아그룹에
자구노력프로그램에 시한을 정해줄 것을 통보해 둔 상태다.

채권단은 기아그룹이 그동안 스스로 발표했던 자구계획을 늦어도 9월말
까지는 마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는 부도유예협약이 9월30일로 완료되는데다 시기적으로도 더 기다려줄
여유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그때까지 부실계열사의 통폐합및 정리가 이뤄지고 아시아자동차
광주공장부지를 포함한 부동산매각이 마무리되기를 바라고 있다.

기아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자금지원여부도 이같은 요건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채권단은 그러나 상대적으로 시일이 덜 걸리는 부실계열사의 정리 임직원
감축등 그룹내부의 경영혁신은 8월말까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은 이에따라 아시아자동차 노조가 28일 생산직감축과 3년간 무쟁의를
골간으로 하는 단체협약갱신을 거부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곤란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다.

그렇다면 기아자동차가 시한부 계획을 내놓지 않거나 실제 자구속도가 당초
계획보다 현저히 늦어질 경우는 어떻게 될까.

단언키는 어렵지만 채권단은 기아자동차에 대한 자금지원을 포기할 가능성
이 높다.

보험 리스 할부금융등을 합쳐 모두 80여개에 달하는 금융기관들이 가시적인
자구노력없이 자금지원에 나설리는 없기 때문이다.

연초 한보때도 드러났듯이 특별한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협조
융자를 일으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특히 많은 금융기관들이 과다한 부실여신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실정
이다.

채권단이 긴급자금 1천6백억원의 용도를 현금화가 확실한 DA(무신용장방식
의 기한부 수출환어음)와 수요자금융 등에 한정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배경
때문이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