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그룹사태 논의를 위해 마련된 경제부총리와 금융기관장과의 오찬회동은
기존 정부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에서 끝났다.

기아그룹 사태수습에 대한 정부의 불개입원칙은 여전히 변함이 없었으며
이날 나온 얘기도 대부분 원론적 차원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WTO(세계무역기구)협약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혀 다소 여운을 남겼다.

강경식 경제부총리는 28일 금융기관장 30명과 오찬회동을 갖고 은행들이
기아 협력업체 진성어음할인등에 적극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강부총리는 그러나 기아사태로 인해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지적과 관련, 기아그룹과 금융시장에 대한 정부의 불개입원칙은 전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아사태와 관련해 정부가 뭘하느냐는 비판이 많지만 정부가 시장에
인위적인 작용을 가할수는 없다"며 "이는 나의 확고부동한 소신이기도 하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부 은행장들도 강부총리의 발언을 수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태도는 정부가 기아그룹지원을 결심하고 나설 경우 필연적으로
금융기관에 부담을 안길 것이 뻔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당수의 은행장들은 정부의 "무대책"에 불만을 표시하며 다양한
지원책을 촉구했다.

금융기관의 대외신인도 추락을 막기위해 정부가 뭔가 조치를 취해 달라는
주문과 함께 부도유예협약 금융기관의 대상을 확대해달라는 건의도 곁들였다.

하청업체 부도가 확산되지 않도록 신용보증을 확대해 달라고도 요구했다.

정부가 기아회생이나 금융시장안정을 위한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 달라는
주문이다.

한은행장은 부총리가 긴급히 회의를 소집한 점등을 들어 알맹이 있는
보따리를 기대했으나 "역시"였다며 실망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