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원칙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 채권"

산업은행 기업은행 장기신용은행 등에서 발행되는 금융채가 수익률면에서
회사채보다 훨씬 낮은 데도 활발하게 판매되는 이상현상을 연출하고 있다.

28일 금융계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24일까지 산업은행은 6조5천6백76억원
어치의 산금채를, 기업은행은 2조2천9백32억원어치의 중금채를, 장기신용은행
은 2조9천6백43억원어치의 장신채를 각각 판것으로 집계됐다.

산금채의 경우 발행금리가 조정된 지난달 7일이후부터 24일까지 모두
9천6백79억원어치가 팔렸다.

또 지난달 26일 발행금리를 상향 조정했던 중금채와 장신채는 24일까지 각각
4천4백19억원, 5천6백29억원어치가 팔려 나갔다.

발행금리가 조정된 이후 발행된 3년만기 금융채는 산금채가 2천2백40억원
어치가량이고 장신채는 1천5백억원 가량이며 중금채는 3백66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금융계는 3년만기 회사채 수익률과 지급이자 재투자때의 수익률을
감안하면 3년만기 금융채가 팔리는 현상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산금채는 그동안 11.3%, 중금채와 장신채는 각각 11.5%의 금리가 적용
된데 비해 은행보증 회사채는 최근 12%대의 높은 수준을 보여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회사채의 경우 매달 지급되는 이자를 재투자할 경우 0.6%포인트의 추가
수익률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최고 1.3% 포인트에서 0.8% 포인트의 이자율 차이가 발생하는데도
3년만기 금융채가 팔리는 것은 시장경제 원칙에 안맞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채를 발행하는 한 은행 관계자는 "계속되는 부도사태 등으로
수익보다는 안전성이 우선되면서 회사채보다는 금융채를 사들이는 투자자가
생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금융채 발행은행의 경우 대출자금의 일정액만큼 금융채를
매입토록 하는 꺾기를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박기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