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진로의 회생여부는 진로 스스로가 풀어가야 하게 됐다.

채권단이 4개사에 대해서만 회생의지를 밝힘으로써 진로그룹의 계열사는
부도유예협약 적용이전(4월)의 24개에서 4개로 축소된다.

기업실사를 맡았던 한국신용정보가 진로건설에 대해서도 다소 부정적인
평가를 제시한데다 서울은행도 진로건설을 장기적으로 정리하는게 좋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진로건설의 매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게다가 진로종합식품의 경우 일부 사업부문을 (주)진로와 통합하는 방식도
검토되고 있어 진로그룹 계열사는 진로와 진로쿠어스맥주만 온전히 남게될
전망이다.

다시말해 주류사업만을 영위하는 슬림회사로 진로그룹이 탈바꿈하게 된다는
얘기다.

진로그룹측도 채권단의 이같은 견해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선대로부터 73년간 키워온 (주)진로만큼은 어떻게하든 회생시키겠다는
장진호회장의 필사적인 의지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진로가 당장 넘어야할 산은 26일부터 돌아오는 어음을 결제하는 일이다.

규모로 볼때 부도유예협약에 참여하고 있는 은행과 종금사가 대출원금의
상환을 상당기간 유예해 줬기 때문에 상환부담은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할부금융 파이낸스 렌털등 군소 금융기관들이 견질로 잡고 있는
백지어음을 일시에 교환회부할 경우엔 예기치 않은 사태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문제는 또 있다.

내년 6월말까지 추진될 1조9천억원규모대의 자구계획이 제대로 진행되느냐
이다.

진로측은 이 가운데 이달말까지 9천6백억원의 자구를 단행되는등 자구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자구의 관건은 뭐니해도 덩치가 큰
물건들이다.

<>양재동 화물터미널부지(2만7천평) <>서초부지(준거주지역,9천평)
<>아크리스백화점등이 팔려야 자구가 완성될 수 있다고 보는데 "갈길이 급한
기업"에게서 "큰 폭의 에누리"를 받아내자는 기업들이 많아 계약체결이
지연되고 있다.

이같은 대형매물의 새주인찾기가 여의치 않을 땐 진로는 다시 자금압박이란
곤경에 빠져들지도 모른다고 관계자들은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이성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