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신한국당은 25일 기아그룹 부도유예관련 대책회의를 갖고 기아협력
업체들의 연쇄부도 사태를 막는데 최대한의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그러나 당정이 기아사태의 파장을 최소화 해야 한다는데는
인식을 같이 하면서도 정부가 어느 정도 간여해야 하느냐의 문제를 놓고는
엄청난 시각차를 노출했다.

김중위 정책위의장등 당 측 인사들은 정부가 지원대책을 밝혀 놓고는
금융기관들을 챙기지 않아 사태가 점차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확실한
"의지"를 갖고 "총대" 메는 사람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기아 발행 진성어음이 제대로 할인이 되지 않고 있고 신용보증기관의 보증
한도 확대조치도 실익이 없다는 점을 예로 들며 정부의 정책의지를 분명히
하라고 요구했다.

정부측에서는 그러나 정부가 할 일은 이미 다하고 있어 더 이상의 할 일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강경식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도 정부가 미처 챙기지 못하고 있는
부분을 당에서 지적해 주면 검토하겠다고 잘라 말했다.

이날 재정경제원과 통산산업부 측의 보고에 이어 김중위 의장의 권유로
맨 먼저 발언에 나선 기산 부회장 출신의 이신행의원은 거의 읍소 조로
기아를 회생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의원은 "기아의 경영진들이 깊이 반성하면서 뼈를 깎는 각오로 자구노력
을 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의원은 이를 위해 협력업체들의 기아발행 진성어음할인이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재경원측에 요구하는 한편 수출환어음
한도의 확대 필요성도 지적했다.

이의원은 "아시아 자동차가 추진하고 있는 광주지역 부지 매각이 이뤄지면
이 회사의 부채비율은 5백12%에서 1백% 이내로 줄어들고 노조도 급여부분의
50% 절감서약을 한 상태"라고 자구노력의 예를 든 뒤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기간을 주는게 좋겠다"고 말했다.

조진형의원도 협력업체의 연쇄부도 사태를 막는데 정부가 앞장서야 하며
어떠한 일이 있어도 기아를 회생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의원은 또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기아의 자구노력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정부나 채권은행단이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강두의원은 "이번과 같은 사태 등을 해결하는 정부의 방침이 분명하게
제시돼야 하며 정부가 지원하는 선이 제시되면 밑바닥에서 실질적으로
지원이 되도록 해야 한다"면서 "총대를 메는 사람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우재의원은 "다른데서 인수하려는 배경이 있지 않느냐는 시각도 일고
있는 등 기아사태는 경제외적인 파장도 클 것"이라며 "하여튼 살려 놓고
잘못한 것은 나무래야지 너희들이 잘못했으니까 책임지라고 하는 것은 곤란
하다"고 말했다.

김채겸 전의원은 "정부는 기아사태를 계기로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을 해
나가야할 것인지 또 기아측의 자구노력이나 경영체 질개선등을 믿어도 될
것인지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인정 정책자문위원은 "우리 경제 전반에 걸쳐 제2 제3의 기아사태가
일어나더라도 국회나 당에서 떠들지 않아도 될 문제해결 메카니즘을 구축해
놓아야 할 것"이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당 측에서 마지막 발언에 나선 김중위 의장은 다시 한번 협력업체의 연쇄
부도사태 방지와 대외신인도 유지를 위한 정부측의 각별한 노력을 당부했다.

이에 대해 강경식 부총리는 "기아사태는 개별 기업의 경영에 관한 것으로
정부가 이러쿵 저러쿵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된다"며 "기아특수강이나
기산 등의 처리문제도 전적으로 채권단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부총리는 또 "3자 인수 등에 대해서도 정부는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으며
어디까지나 기업측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며 "정부는 다만 금융질서나 거래
질서의 안정에 역점을 두면서 협력업체의 연쇄부도 방지를 위한 대책만을
시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회의가 끝난뒤 당측의 참석자들 상당수는 "이런 회의를 할 필요가 있느냐"
는 등의 불만을 토로했다.

어떤 이는 "대통령의 임기말이라 관리들이 몸을 사리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정부측에서 강부총리와 임창렬 통상산업부장관, 정해주
중소기업청장, 이수휴 은행감독원장, 당에서는 김중위 정책위의장, 나오연
제2정책조정위원장과 경제종합대책 위원들이 참석했다.

< 박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