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금속의 김길현 사장(48)은 정말 특이한 꿈을 가진 기업인이다.

다름아닌 불고기를 세계적인 요리로 만들겠다는 게 그의 목표.

불고기를 미국의 햄버거나 일본의 샤브샤브처럼 지구촌 사람들이 언제나
즐겨먹도록 하겠다는 것.

그러나 불고기를 세계적인 요리로 만드는데엔 딱 두가지가 걸림돌이
있었다.

잘 타는데다 연기가 많이 난다는 거였다.

지난 90년부터 그는 불고기연구에 푹 빠졌다.

금속회사사장이 불고기에 미쳐가자 주위에선 코웃음을 쳤다.

난데없이 웬 불고기냐며 한사코 말렸다.

그럼에도 그는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

2년간 연구끝에 그가 내린 결론은 섭씨 2백60도.

불고기를 구우면 바로 이 온도에서 타기 시작한다는 것.

묘하게도 불고기는 이 탈듯말듯한 온도에서 구워야 제맛이 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이 온도에선 약간의 연기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요즘 식당에선 연통으로 연기를 빨아들이는 장치를
설치해놓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 방식으론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없었다.

다른 곳으로 연기를 뿜어내는 것이 선진국에선 허용되지 않아서다.

김사장은 이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2억8천만원이란 돈을 들였다.

결국 온도제어장치를 달고 촉매를 통해 연기를 분해시켜 다시 연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한 로스터를 만들어냈다.

김사장은 이 제품이 개발되자 먼저 미국시장으로 달려갔다.

먼저 시카고에 있는 교포식당 두군데에 납품했다.

이의 성능이 소문나자 샌프란시스코와 LA에서 대리점 개설요청이
들어왔다.

드디어 자신이 생겼다.

쾌재를 불렀다.

그러나 이런 쾌재도 잠시뿐.

미국시장진출에 예상치 못한 장애가 불거져 나왔다.

크린로스타란 브랜드로 고급호텔 대형업소 등으로부터 주문을 받아놓긴
했으나 미국측 품질인증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선 이의 설치를 거절하는
거였다.

식당에서 각종보험에 들때 품질인증이 없는 가스기기를 사용하면
10배이상의 보험료를 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국내인증기관을 통해 UL을 획득했다.

그러나 이 제품은 AGA(미국가스협회)인증을 추가로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를 받기 위해 그는 또 한햇동안 밤을 새웠다.

고급식당안에서 옆사람에게조차 전혀 냄새가 나지 않을만큼 연기를 내지
않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였다.

갖은 어려움 끝에 세라믹필터를 개발해냈다.

유일금속은 지난해 국내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AGA인증을 땄다.

이때부터 신기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지난해 9천7백만원어치에 불과하던 미국수출이 5억2천만원으로 불어났다.

국내특허를 획득하면서 드디어 서울에서도 주문이 밀리기 시작했다.

한국음식인 불고기를 굽는 불판이 미국에서 먼저 유명해진 뒤 다시
한국으로 건너오기 시작한 셈.

국내에도 이미 40개 대리점이 구축됐으며 올해안에 65억원어치를 팔
전망이다.

불고기맛처럼 구수한 인상을 가진 김사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이미 17개국으로부터 주문을 받았음에도 더 시장을 넓혀나가는데 힘을
쏟는다.

전세계인들이 2백60도의 참맛을 제대로 느낄 때까지 시장개척과
기술개발을 멈추지 않을 작정이다.

< 중소기업 전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