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아지면서 재계에서는 "이제는 정부가 경제
비상사태의 심각성을 인식, 경제살리기를 위해 총체적지원에 나서야 할 때"
라는 목소리가 드높다.

부도유예협약 대상기업에 포함된 기아그룹은 물론 한보 삼미 진로 건영
우성등 좌초위기에 처한 그룹만도 한손으로는 헤아리기가 힘들 정도다.

게다가 내용적으로 큰 문제가 없는 대기업그룹들까지도 줄이어 신용공황의
여파로 부도위기설에 휩쓸리는 상황이 되자 재계는 정부가 그야말로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서는 해결이 힘든 상황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지난23일 전경련이 주최한 하계세미나에서는 "과거 사채동결명령을
내렸던 8.3조치와 같은 제2의 비상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또 "정부가 대기업그룹의 파산위기를 은행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하는 것은
마치 길을 닦아놓지 않고 차를 몰라고 하는 것이나 같다"는 울분섞인 한탄도
터져 나왔다는 후문이다.

재계의 위기감이 지금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같은 시각은 재계에서는 거의 공통적이다.

일선기업은 물론 연구소 경제단체등에서도 정부가 적극적인 자세로 경제
활성화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현상황에서는 특히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자산매각등 기업들의 자구노력을 지원하는 조치도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이한구 대우연구소소장은 "현재의 어려운 상황은 자금이 돌지 않는 금융
시장 경색에 근본 원인이 있다"고 분석하면서 "은행들이 어려운 기업들에게
대출을 많이 해줄수 있도록 정부와 한국은행이 금융권을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또 정부에 대해서는 "기업이 자산을 매각할 때 불필요한 세금이
나오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기업들의 정리해고나 인력재배치에 관한
각종 규제도 철폐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부도유예기업에 대해서도 빠른 시일내에 지원여부를 결정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효성 대한상의부회장은 "기업들이 내놓은 땅이 잘 팔리지 않는다면
정부라도 나서야 한다"고 말하면서 "이를 위해서는 성업공사의 기능을
확대해서 기업들이 내놓은 땅을 사들이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부회장은 "기아 하청업체들의 경우는 진성어음도 할인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하면서 "한은특융을 내든지 정부예산을 절감해서라도
별도자금을 마련해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의했다.

또 부도유예기간이 너무 짧다고 지적하면서 현재의 2개월을 6개월로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우석 삼성경제연구소사장은 "정부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기업들의
진입과 퇴출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 기업을 지원하는 최선의 대응책"이라고
말하고 "부동산매각의 경우엔 세금감면조치를 취하고 M&A(기업매수합병)관련
법의 정비도 필요하다"도 강조했다.

김덕환 쌍용그룹 종합조정실장은 "제2금융권에서 어음을 마구 돌릴 경우
흑자부도가 속출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내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지족하면서 "신용공황의 위기감마저 드는 기업자금난을 풀기
위해서는 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는 제2금융권에 대한 정부의 지원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병재 현대자동차사장은 "구조조정은 기업자율에 맞겨야 하지만 국가기간
산업을 영위하는 기업이 위기에 몰렸을 때는 8.3조치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정부가 해당기업을 보증하는 방식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제의했다.

구광시 코오롱사장도 "금융기관의 공익성과 사회적 책임의식회복이 시급
하며 M&A시장이 활성화되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구 LG상사전무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시장원리만 너무 강조하면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키기 쉽다"고 발하면서 "통화증가율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돈을 풀어 자금을 공급하는 등의 신축성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