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사태를 보는 청와대의 시각은 단호하다.

기아그룹과 채권금융단,정부가 할일이 각각 따로 있고 정부는 지금 정부가
할일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3일 "정부는 현재 3가지 측면에서 기아사태의
수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하청협력업체에 대한 지원, 금융기관에
대한 유동성지원, 기아그룹의 경영정상화 등을 위해 지원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관계자는 그러나 기아그룹의 경영정상화와 관련, "본질적인 문제는 기아
와 채권금융단이 협의할 사항"이라며 "정부가 간여할 성질은 아니라고 본다"
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제는 경제논리로 풀어야 한다"며 "경영상 문제가 축적돼
발생한 문제를 경제외적인 방법으로 해결하자는 것은 곧 국민에게 부담을
지우자는 얘기와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기아그룹문제를 푸는 방법은 기아의 경영을 정상화시키는
것과 금융기관과의 관계를 정상화시키는 것이 핵심"이라고 지적하고 "이같은
문제는 정부가 간여할 성질이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기아와 같은 커다란 그룹이 부도가 났는데 경제에 문제가
없을수 없다"며 "기아그룹, 협력업체, 금융기관, 정부 등이 모두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 기아에 대한 정부보증과 관련, "당시 미국의 크라이슬러와
기아자동차는 다르다"며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도 지금과 같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는 보조금
문제에 걸려 크라이슬러를 지원하지 못할 것"이라며 "당시 크라이슬러의
자구노력은 엄청난 강도로 진행돼 기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고 말해
기아그룹의 강도높은 자구노력을 촉구했다.

이 관계자는 제일은행에 대한 한국은행 특융지원과 관련, "제일은행에
대한 한은특융은 전적으로 한은에서 결정할 일"이라고 전제한뒤 "특융은
최후의 수단으로 여러가지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며 "이 문제를 매우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융은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의 최종방침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정부관계자들 사이에 신중히 검토한다는
점에만 인식을 같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또 다른 청와대고위관계자는 "한은특융은 엄청난 특혜인데다 곧바로
통화량증가와 인플레를 유발한다"며 "특정기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제가 생길때마다 한은특융을 할 경우 국민경제 전체에 더 큰 문제를 야기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이 관계자는 "한은특융에 대해서는 정부내에서도 양론이 있는 것이 사실"
이라고 전하고 "그러나 특융을 시작하게 되면 자금난으로 시달리는
대기업들이 정부와 한은특융을 기대하는 심리가 생겨나고, 어느 기업은 해
주고 어느 기업은 안해 주는 등 형평성의 문제도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 최완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