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그룹에 1천6백억원의 긴급자금을 지원키로한 제일은행등 채권단이
이를위한 전제조건을 내걸면서 기아와 채권단 사이에 문제해결을 위한
시각차가 선명히 드러나고 있다.

기아그룹은 기아특수강만 떼놓고 모든 것을 안고가게 해달라는 것이지만
제일은행은 기아자동차만이라도 살리려면 현 경영진들이 경영권 포기각서를
쓰고 다른 계열사에 대한 모든 미련을 포기하라는 입장이다.

기아가 제출한 자구계획의 골자는 <>기아특수강 매각 <>아시아자동차를
매각하지 않는대신 광주공장 26만평 부지가운데 생산시설 8만여평만 남기고
모두 매각 <>기산과 기산의 6개 계열사는 계열분리를 추진한다는 세가지.

이와 함께 <>기아자판 대전자판 기아인터트레이드 3사 합병 <>(주)KT와
기아에이비시스템 2사 합병 등의 계열사 통폐합과 <>여의도 사옥 시흥공장
농구단 매각 등을 통해 모두 3조1천억원 규모의 자산매각과 구조조정 작업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또 이미 발표됐던 인원조정 계획에 더해 과장급 이상 간부직사원 4천여명
가운데 18%를 감축하겠다는 내용도 들어가 있다.

자구계획에 대해 제일은행이 가장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역시
아시아자동차의 잔류 계획.은행측은 아시아자동차를 팔지 않고는 기아그룹의
정상화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아시아자동차를 비롯해 기아특수강 기산 등 그룹의 살림살이를 어렵게
만든 계열사들을 남겨놓고서야 기아자동차의 건전한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기아특수강을 매각하겠다고 하지만 기아특수강을 인수하겠다고
나설 곳은 아무데도 없어 아시아자동차를 기아특수강과 묶어 팔아야
한다는게 은행측의 입장이다.

아시아자동차는 현재 부채가 2조2천5백억원에 달하지만 매물로 나올 경우
그래도 관심을 가지는 곳이 있는만큼 여기에 기아특수강을 묶어 보자는
것이다.

또한 기아그룹이 기산과 6개의 기산계열사를 계열분리하겠다고 하지만
이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 복잡한 절차가 남아 있어 이
또한 은행이 의구심을 갖는 부분이다.

은행측은 계열분리가 되면야 좋겠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기산도 즉각
팔아 버리라는 주문이다.

따라서 자구계획의 골자에서 은행과 기아의 의견이 합치되는 부분은
기아자동차를 살리고 기아특수강을 매각한다는 것일뿐 아시아자동차와
기산, 특히 아시아자동차 부분은 큰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3천6백억원 규모의 긴급대출 요청도 으견이 상충하는 대목이다.

22일 회의에서 요청금액의 절반인 1천6백억원만을 지원하면서 여러가지
조건을 내건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런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은행측은 지원은 커녕 채권은행단 회의
에서도 부도유예협약 적용을 책임질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아그룹은 그동안 각 계열사들의 부도를 내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를 써
왔다.

부도유예협약이 부도는 내더라도 당좌거래는 계속할수 있는 것이지만
계열사가 부도나 버릴 경우 채권단은행회의에서 아주 불리한 입장에 설수
밖에 없다.

따라서 채권은행단 회의를 8일 앞둔 지금으로서는 기아그룹이 채권은행단의
요구를 어디까지 받아들이고 자구계획을 어떻게 채권은행들의 입맛에 맞춰
조정해 가느냐에 관심이 쏠릴수밖에 없다.

< 김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