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농그룹에 이어 기아그룹 일부 계열사들도 만기도래한 어음의 이자를
내지 않기시작했다.

이에따라 종합금융사 마다 미수수익 또는 기일경과 어음이나 대출원금에
얹어 신규여신을 해주는 것으로 처리하는등 나름대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그러나 기아에 거액의 여신이 물려있는 종금사의 경영난 가중은 불가피
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부도유예 협약 대상인 기아특수강과 기산등은 지난 21일 만기가 된 어음의
연장이자를 LG종금 중앙종금 나라종금 삼양종금등에 갚지 못했다.

LG종금 관계자는 "21일 만기가 된 기아특수강 발행어음 2백20억원어치에
대해 만기를 3일간 연장해 주었으나 이자를 받지 못했다"며 "기아그룹이
이자를지급 하지 않은 것은 협약을 적용한 지난 15일 이후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종금업계는 기아뿐 아니라 또 다른 부도유예협약 적용 기업인 대농그룹도
만기연장 이자를 내지 않고 있다며 이들 기업들이 일정기간 부도를 낼 수
없게 만든 부도유예 협약을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진로그룹의 경우 만기도래 어음에 대해 이자를 꼬박 꼬박 내고 있다.

부도유예 협약에는 원리금 상환을 유예할 수 있게 돼 있으나 종금업계는
만기연장 이자를 제때 못받으면 경영압박이 불가피 하다고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단기 금융상품을 주로 운용하고 있는 종금사로서는 이자를 제때 못받을
경우 유동성에 적지않은 압박을 받는등 영업활동에 큰 타격을 입을수 있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이같은 부도유예협약 적용기업이 이자를 내지 않는 상황이 올해
지속될 경우 다른 기업에 대한 어음할인(대출)여력까지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수도 있다고 종금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이에따라 종금사 여신담당임원들은 최근 모임에서 기아그룹에 대한
여신금리를 1%포인트 정도 낮추는 대신 만기연장시 이자를 꼭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확인했었다.

특히 일부 종금사는 기산이 갚지 못한 어음의 만기연장 이자를 원금에
얹음으로써 여신이 눈덩이처럼 불어날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아 기아그룹의
자구계획에 적지않은 차질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 오광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