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그룹 6개계열사에 부도유예협약이 처음 적용됐지만 결과는
"실패작"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부도유예협약이 지난 4월 처음 나왔을 때는 부실기업 처리의 새로운
모델로도 여겨졌었으나 부도유예협약 자체가 안고 있는 문제점과
협약운용상의 미숙등으로 인해기업은 기업대로, 은행은 은행대로 골병만
들어가고 있다.

<>관장주체가 없다 =진로처리가 대출원금 상환유예형태로 가닥잡히기
이전 은행들은 부도유예를 2개월 더 연장해주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부도유예협약 11조 3항도 필요한 경우 2개월범위내에서 부도유예협약을
연장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정해놓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필요한 경우"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였다.

상업은행은 기업실사를 하는데 추가로 시간이 더 필요한 경우라고 해석한
반면 서울은행 등 다른 채권은행들은 이를 자구노력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았을 때도 ''필요한 경우''로 볼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같은 문제를 예상, 은행연합회는 종금사까지 참여하는 부도유예협약
실무위원회의 구성을 한때 검토했으나 은행들의 반대로 무산됐었다.

상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협약내용에 대해 명확히 유권해석을 내려주고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제2금융기관들을 통제할 주체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토로했다.

당초 채권단 대표자회의에서 포기각서 징구를 결정 한 것은 자금지원을
하되 이에 상응한 채권확보서류는 있어야하지 않느냐는 논리때문이었다.

그러나 장진호 진로그룹회장은 (주)진로에 대한 주식포기각서를 끝까지
내지 않고 있다.

상업은행은 한때 주식포기각서를 내지 않으면 부도처리밖에 도리가
없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진로의 판정승이다.

은행들이 포기각서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도 대출원금의 상환을 유예해
주고 이자를 할인해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를두고 일부에선 특정기업에 특혜를 준게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는 또 협약을 적용받는 다른 기업들에 포기각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선례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채권행사 유예의 효과 =진로에 대한 채권행사 유예기간은 3개월이다.

이후 수정된 부도유예협약에선 이 기간이 2개월로 단축됐다.

기업은 이 기간중에 최대한 자구를 단행,자금을 확보하면 부도유예가
끝나더라도 회생의 기회를 엿볼 수 있다.

그러나 2-3개월의 기간은 자구를 단행하는데 절대 부족하다는게 실무자들의
의견이다.

서울은행 관계자는 "일반인이 부동산을 처분해도 3개월은 족히 넘게
걸린다"며 "실제적인 효과를 볼 수 없는데 왜 채권행사를 유예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나마 진로그룹은 부채의 90%이상이 은행및 종금사에 대한 것이어서
다행이라고 볼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일시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관계자들은 이에따라 부도유예협약의 문제점을 전면 재검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성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