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는 미국 GM과 사이가 무척이나 나빴다.

GM은 92년까지만도 대우자동차의 지분 50%를 갖고 사사건건 대우의
경영을 간섭하던 회사.

대우를 GM 글로벌 전략의 하나로밖에 생각하지 않았으니 사이가 결코
좋을리가 없었다.

대우와 GM은 결별후에도 동유럽 업체 인수전에서 번번히 부딪쳤다.

GM과의 관계가 좋아지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요즘 대우와 GM은 아주 끈끈한 밀월관계에 있다.

동유럽시장을 먹겠다고 서로 다투다가 최근 나눠먹기식의 합의를 끌어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최대 자동차메이커 압토자즈 인수전에 뛰어든 대우와 GM이
합의한 이유는 간단하다.

공장을 인수하고 안하고가 중요한게 아니라 현지에서 자동차를 생산해
팔기만하면 된다는데 의견일치를 봤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우가 압토자즈를 인수하고 대우차와 함께 GM차도 생산해주기로
했다.

대우는 공장을 풀가동해 고정비부담을 덜수있게 됐고 GM은 자본투자없이
생산거점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김우중 대우그룹회장은 "GM과의 이같은 교환생산은 보다 넓은 지역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수평적 전략 제휴"다.

수평적 전략 제휴가 자동차업계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80년말부터다.

연구개발에 투입되는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소요되는데다 글로벌
생산체제및 판매체제 구축경쟁이 치열해지기 시작한 시기다.

투자에 따르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적이라도 손을 잡겠다는게
요즘 세계 자동차업계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경쟁의 가열은 이같은 추세를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

물론 국내업체들도 이미 외국업체와의 전략제휴를 다양하게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대자동차가 일본 미쓰비시자동차와 유지하고 있는
대형승용차 공동개발을 위한 전략제휴.

그랜저 공동개발로 짭짤한 재미를 본 두회사는 이번엔 4천5백cc급
초대형승용차의 공동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판매량에 한계가 있는 차량 개발에 대한 위험을 서로 분담하기 위한
것이다.

과거 기아자동차의 프라이드도 일본 마쓰다가 설계를, 기아가 생산을,
미국 포드가 판매를 담당하는 기능적 역할분담에 의한 제휴 사례다.

최근에는 쌍용과 벤츠, 쌍용과 GM간 제휴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쌍용은 벤츠나 GM과의 독립판매회사를 검토하고 있고 GM과는 소형차
조립라인등의 건설도 협의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쌍용으로선 경영난 타개를, 벤츠나 GM은 시장확대 기회를 얻는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한동안 쌍용자동차의 매각설이 나왔을 때는 쌍용과 대우의 판매제휴
가능성에 대한 가능성도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 자동차메이커들이 선진업체들과 전략 제휴를 맺는데는 아직
어려움이 많다.

줄것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 추진되고 있는 일부 업체들의 전략 제휴는 당장 경영난 타개
효과는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볼때 선진 자동차업체에 생산및 판매 기지만을
제공해주는 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

수평적 전략 제휴는 가장 바람직한 구조조정의 한 방법이다.

21세기에는 10대 자동차메이커들만 살아남을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인만큼 수평적 전략 제휴를 통한 구조조정 역시 더욱 활발해질게
분명하다.

<김정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