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장성군 장성읍에 위치한 장성공장 입구에는 "노력하면 불가능은 없다"
라고 새겨진 돌비석 하나가 서있다.

이 비문은 부단한 노력만이 결실을 맺을수 있다는 임광행 보해양조회장의
경영철학을 잘 담고 있다.

임회장은 지난 반세기동안 술사업을 하면서 우직하리 만큼 한우물을 팠다.

경쟁업체들이 공격경영 운운하며 사업다각화에 열을 올릴때도 주류사업외에
단한번도 한눈을 팔아 본적이 없다.

그의 술에 대한 집념과 노력은 지난해 봄부터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

지난해 3월 5년간의 산고끝에 개발된 고급소주 김삿갓이 소주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것이다.

김삿갓은 진로의 철옹성인 수도권시장을 뿌리째 뒤흔들었다.

전남 목포소재의 중소소주업체가 일약 전국적인 기업으로 비상하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김삿갓 덕분에 보해는 지난해 총매출액이 창사이래 처음으로 1천억원을
넘어섰다.

50억원의 흑자도 냈다.

김삿갓의 여진이 채 가시기도 전에 최근 신제품 곰바우로 소주시장평정에
재차 나섰다.

지난 4월 첫선을 보인 곰바우는 시판 일주일만에 1백만병이 팔려 주류시장
의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김삿갓에 이어 곰바우가 소주시장의 기대주로 자리매김하기까지 임회장의
숨은 노력이 많았다.

지난해 3월 김삿갓이 처녀시판됐을때 임회장은 77세의 나이를 잊고 자택이
있는 목포를 떠나 서울 광주 대전 전주등지로 판촉유랑을 떠났다.

차트렁크에 김삿갓을 가득 싣고 전국 5백여곳의 음식점과 유흥업소를
드나들었다.

요즘도 틈만나면 곰바우판촉에 직접 나서고 있다.

임회장은 "제조회사라면 모름지기 5년이내에 개발된 신제품을 통해 매출의
신장과 시장확대의 기회로 삼아야 하며 이런 기업만이 경쟁력과 장래성이
있다"고 강조한다.

그의 지론에따라 보해는 경쟁업체보다 항상 한발 앞서 신제품을 내놨다.

보해골드, 산소소주 시티, 김삿갓, 곰바우가 그런 경우이다.

매취순도 마찬가지이다.

매출이 꽤 괜찮았던 청주사업을 포기하고 지난 82년 우리의 전통주 매실주
를 국내최초로 개발했다.

매실주의 등장은 국내청주시장의 몰락을 앞당겼으며 매실주에 자극받은
경쟁업체들이 유사제품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매실주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주류시장에 정착시켰다.

건강에 대한 임회장의 관심은 유별나다.

무사카린보해소주, 무스테비오사이드소주, 육각수소주, 벌꿀소주의 개발은
소비자의 건강을 우선하는 그의 지론에 따른 것이다.

지난 50년 양조사업을 시작한 그의 인생행로가 항상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지난 68년의 부도사태는 창사이래 최대의 시련이었다.

72년 12월 기나긴 법정관리에서 벗어날때까지 임회장은 넥타이 한번 매지
못하고 뛰어다녀야 했다.

그는 몇차례의 시련을 통해 정직하고 우직한 사람과 제품만이 인정받을수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체험했다고 한다.

최근 나온 소주신제품명을 곰바우로 정한 것도 바로 이런 경험 때문이다.

희수를 눈앞에 둔 그에게 한가지 소원이 있다.

매실주를 프랑스의 코냑, 영국의 위스키에 버금가는 세계의 명주로 키우는
일이다.

그의 이같은 소망에는 주류사업에 평생을 바친 장인의 진실이 담겨있는
듯하다.

< 서명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