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동차 임경춘부회장은 19일 "삼성은 내년 3월 나올 자동차를 잘
만드는게 우선 과제로 현재로선 기아를 인수할 여력도 의사도 없다"고
밝혔다.

임경춘부회장은 이날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기아자동차의 제 3자 인수
문제에 대해 "정부와 채권은행단이 결정할 일"이라고 전제한 뒤, "삼성은
자동차 진출 초기때부터 기존 업체를 인수해 경쟁력을 갖출 생각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임부회장은 또 "국내 자동차 업계가 구조조정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방법은 인수.합병이 아니라 부품업체 공동육성이나 부품 공용화 등이
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임부회장은 삼성 보고서 유출 파문과 관련, "검찰의 조사결과 삼성의
무혐의가 밝혀진 이상 명예 회복 차원에서 자동차공업협회와 현대 기아 등
해당회사에 공개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보고서 파문의 최대 피해자는 삼성과 기아자동차이며 가해자는
보고서를 사외로 유출시킨 현대자동차"라며 현대측을 지목해 유감의 뜻을
표했다.

자동차공업협회에 대해서도 "진상조사도 않고 극단적인 표현을 써가며
삼성의 명예를 훼손시킨 행위는 매우 유감스런 일"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임부회장은 그러나 "이번사태가 확산되는 것은 업계 전체적으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해당사가 납득할만한 사과 조치를 취한다면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가는데 적극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임부회장과의 일문일답.

-기아의 부도방지협약 적용 자체가 삼성의 시나리오라는 설이 있는데.

"전혀 사실무근이다.

한솔종금이 대출금을 회수하고 있다는데 삼성과 한솔은 전혀 별개의 기업
일뿐더러 상호 협의한 일도 없다"

-현대 대우가 기아를 지원하는데 삼성은 지원계획이 없나.

"좋은 방법이 있으면 가르쳐 달라.

그러나 삼성이 지원한다고 하면 또 어떤 음모가 있는 것 아니냐고 오해
받기 쉽다.

예를들어 기아가 발행한 CB(전환사채)를 현대가 인수하면 지원이라고
생각하겠지만,삼성이 인수한다면 집어삼킬려고 한다고 보지 않겠나.

지금으로선 가만히 있는게 도와주는 것이다"

-협회와 해당사에 사과를 요구했는데 이는 결국 현대와의 싸움을 겨냥한
것인가.

"싸움이라고 보는 것은 지나치다.

삼성은 보고서 파문으로 여론의 융단폭격을 맞았다.

원인 제공자 입장에서 최소한의 사과는 필요하다는게 우리측 입장이다"

<이의철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