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그룹이 부도유예기업으로 추락함에 따라 해외에서도 기아와
관련있는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기아 충격에 대한 해외의 반응을 본사 특파원들을 통해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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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구 특파원]

"빅4(현대 삼성 LG 대우)외에는 이제 믿을 수 없다"

기아그룹이 부도방지 협약 대상업체로 선정된 데 대한 이곳 런던 금융가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한국재계 8위(여신기준)인 기아의 붕괴는 앞으로 빅4를 제외한 어떤
대기업 그룹도 항상 무너질 수 있는 가능성을 확신시켜줬다는 게 런던
금융관계자들의 분석.

이에 따라 기아와 거래관계가 있는 한국 금융기관뿐 아니라 다른 대기업
그룹들도 앞으로 런던 등 해외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사실 이곳 런던 금융시장에서는 기아가 부도날 것이란 소문이 한달전부터
나돌기 시작해 기아가 발행한 해외CB(전환사채)의 가격이 10%이상 하락했고
최근에는 거래마저 완전히 중단된 상태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기아가 런던에서 발행한 CB만도 1억2천4백만달러에
달한다는 것.

이중 기아특수강이 발행한 2천6백만달러 규모의 CB는 상환이 당장
도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은행 런던법인 관계자는 "기아가 해외부채를 먼저 상환하지 않을 경우
앞으로 한국기업들이 해외에서 CB를 발행하기 힘들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하고 "한보사태 이후 사건에 연루된 요주의 은행에 대해 적용하고 있는
신용도 차별화가 한국계 기업으로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