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그룹은 전계열사를 대상으로 강도높은 자구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경영혁신 기획단"(가칭)을 2~3일내 구성키로 했다.

또 채권단의 부도유예협약 적용에 따른 국내외 고객 및 협력업체 등의
동요를 막기 위해 이들을 안도시키는데 주력키로 했다.

김선홍 기아그룹 회장은 15일 오후 6시부터 서울 여의도 기아그룹사옥
10층 회장실에서 28개 계열사 사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사장단의 의견을 수렴, 이같이 지시했다.

기아그룹은 이에 따라 경영혁신기획단을 중심으로 합리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하고 인사 자금관리 구조조정 등을 포함한 강도높은 자구계획을
실천키로 했다.

이를 위해 전계열사는 기아자동차 아시아자동차 기아특수강 기산 등 주력
4개 계열사가 마련한 자구계획에 버금가는 자구계획을 마련키로 했다.

또 해외바이어 국내고객 협력업체 등을 대상으로 관계자 출장, 해명서
발송 등을 통해 부도유예협약 적용의 배경과 정확한 내용을 설명하고 특히
거래처와 협력업체의 정상조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김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오늘 하루는 비참한 하루였다"며 "전화위복이라는
말도 있듯이 모든 경영진은 임기가 2개월(부도 유예기간)밖에 남지 않았다는
각오로 회사의 경영정상화에 매진해 오늘의 치욕을 씻어버리고 21세기를
향해 새롭게 도약하자"고 비감한 어조로 당부했다.

밤 9시30분까지 저녁식사도 거른 채 진행된 마라톤회의의 분위기는 매우
침통했으며 김회장을 비롯한 일부 경영진은 눈시울까지 적신 것으로
알려졌다.

사장단 가운데 상당수는 기아그룹이 부도방지협약의 대상이 된데 대해
"경영부실화가 부도방지협약 적용의 이유라면 수긍하겠지만 일시적인
자금회수라는 금융시장의 혼란이 기아그룹을 코너에 몰아넣은 주요인"
이라며 억울함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회의에 참석한 한 계열사 사장은 "7천억원 규모의 어음이 제대로 할인되지
않아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며 "기필코 국민의 여망을 저버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 앞서 기아자동차를 비롯한 전 계열사의 1급이상 간부사원들은
각 사업장에 모여 부도방지협약 적용으로 직원들이 동요하지 말도록 적극
독려해 나갈 것을 결의했다.

한편 노동계에서도 강성으로 분류돼 왔던 기아자동차 노조의 이재승
위원장은 김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노조가 회사회생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혀 왔다.

특히 "노조원 1인당 1천만원씩이라도 걷어 회사에 지원할 뜻이 있다"며
경영진들의 분발을 촉구했다고 회사 관계자는 전했다.

아시아자동차 노조도 이날 노조원들이 자발적으로 많게는 5백만원까지
들고와 모두 2억원을 회사에 무이자로 지원하겠다고 제의하는 등 노조의
구사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6일자).